류기찬 / 대구취재본부장
2010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연승(連勝)과 연패(連敗)를 기록한 두팀의 분위기는`잘풀리는 집안`과 지독히도`안풀리는 집안`으로 비교가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가 월드컵이 시작되던 지난 6월 하순부터 이어온 연패와 연승행진이 잘 안 되고 잘 되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뉘어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역대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잘하는 팀은 연패를 당하지 않았고 연승이 많았다. 삼성라이온즈가 지난 1986년 페넌트레이스에서 16연승을 구가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는 SK와이번스가 22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올 시즌 연패의 기록은 KIA 타이거즈가 팀 창단 후 최다인 16연패를 기록해 국내 프로야구 최다연패기록인 삼미(18연패.1985년), 쌍방울(17연패.1999년)에 이어 롯데(16연패.2002년)와 역대 팀 최다연패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연승기록은 삼성라이온즈가 12연승으로 올 시즌 뿐 만 아니라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최다연승이다. 삼성은 연승기록에 힘입어 1일 현재 리그 중간순위 2위를 달리고 있으며 반면 연패를 당한 기아는 6위로 내려앉았다. 연승과 연패의 성적이 그만큼 리그 순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중명해주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뒤 앞이 보이지 않는 연패 터널에 빠졌던 KIA는 지난달 9일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무려 21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연패 사슬을 끊었고 삼성은 하루전날인 8일 12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그런데 연승과 연패를 이어오는 동안 삼성과 기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팀 모두 최근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KIA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부터 김상현, 최희섭, 윤석민, 김상훈, 나지완 등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며 힘을 쓰지 못했고, 최근에는 선발투수들의 부진까지 겹쳐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처했다. 삼성도 내실을 들여다 보면 상태가 안 좋기는 KIA 못지않다. 삼성은 윤성환, 나이트, 권오준, 오승환, 박진만 등 개막 전력의 핵심들이 대거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오히려 6월 초 6연패에 빠졌을 때보다도 연승을 이어갈 때 보다 팀 전력이 더 좋다고 말 할 수 없다. 선동열 감독조차 솔직히 이 전력으로 연승을 한다는 게 자신도 신기할 정도라고 의아해할 만큼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양 팀의 차이는 1, 2진의 격차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은 타선에서는 조동찬, 박석민, 김상수, 오정복, 조영훈 선수가, 마운드에서는 차우찬, 이우선 등 젊은 선수들이나 벤치멤버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주며 주전 멤버들의 공백을 잘 메워줬고 승기를 놓치지 않는 선동열 감독의 절묘한 투수교체 타이밍과 대타 작전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평가다. 반면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KIA는 김상현, 최희섭, 윤석민 등 주력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이를 대체해줄만한 자원이 부족했다.

또 이들 두팀의 차이는 한마디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자와 없는자의 차이다. 경쟁력을 통한 이들의 모습에서 신인선수들의 모습이 투영되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최고의 모습이 아닌 생존의지로서의 모습이 그들에게 다가온 것 이라고 생각된다. 기량은 소용없다. 다만 이제는 생존의지만이 최고의 선수로서 다가가게 될것이다.

연패 하는 팀은 당연히 조바심이 나고 연승 중인 팀은 좀 여유가 있다보니 이기는 팀은 계속 이기고 지는 팀은 계속 지는 것 같다. KIA와 삼성이 전력에서 그렇게 차이나는 것도 아닌데 연승 하는 팀과 연패하는 팀이 극명하게 나뉘니 참 안타깝다. 잘되는 집안과 잘 안되는 집안의 차이는 종이한장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유는 연승을 하던 팀이 연패를 할 수 있고 연패를 하던 팀이 연승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는 연패를 당했던 팀에게 야구의 신(神)이 미소를 좀 지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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