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편집국 부국장
도민체전의 성화대에 불이 꺼졌다.역동적이면서 화려하게 개회식을 알렸던 도민체전이 19일 실내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조촐하게 막을 내렸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펼쳐진 폐회식은 개회식과는 달리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포항시는 올해 초부터 도민체전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였다. 준비하는 과정과 개회식규모만으로는 전국체전을 방불케 했다.130억원의 예산 가운데 개·폐회식에따른 대행사선정에만 수억원이 들어갔고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인을 동원하는데도 많은 예산이 소요됐다. 각종 홍보물은 정신을 차릴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예산을 펑펑썼다. 일선지자체가 너도나도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쏟는 마당에 경북체전을 이렇게까지 호화스럽게 치러도 되는지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도 개회식날 성화점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최종성화도 그렇지만 마지막 봉송자의 성화봉에 불이 붙지 않았다.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내려 앉게하는 대목이었다.

개회식에서는 개최도시의 수장인 박승호 시장이 말을 타고 입장해 주의를 깜짝 놀라게 했다.보기에 따라서는 위압적인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데도 시장은 과감히 말을 탔다. 박시장은 선수단 입장때 10명의 시민승마대와 함께 선두에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계획에 없었던 시장의 참석은 전날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시장의 말타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승마복이 어울린다는 지적과 함께 말산업의 대중화에 대한 시장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위압적인데다 마치 이날 개회식은 박승호 시장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는 우려도 만만찮았다.

화려한 개회식은 그렇게 막대한 예산이 퍼부어진 가운데 펼쳐졌다. 국내 최고의 연예인이 포항을 찾아 한반도 호랑이 꼬리를 춤추게 하고 남녀 중·고교생들은 그들을 보기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한주를 보냈다. 도민체전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예인 공연을 보기 위해 그들은 운동장을 찾은 것이다. 그들에게 도민체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결국 떠들썩했던 개회식과는 달리 경북도민체전의 경기현장은 시들할 수 밖에 없었다. 뜨거운 열기는 사라지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그나마 축구결승전이 펼쳐진 종합운동장에서 보여준 지역출신 응원단의 열기는 위안으로 남는 대목이다.

도민화합은 개회식이 전부다. 경기가 시작되면 화합은 사라지고 승부에 집착한 선수와 임원간의 낯 뜨거운 설전만이 오간다. 무엇이 화합인가. 무엇이 통합인가. 폐회식날 군부 축구 결승전도 거친항의가 이어지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5대 민선단체장들은 지난 7월1일 출범하면서 일자리창출을 얘기했다. 모두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그런데도 도민체전은 화려의 극치를 내달린다. 물론 일부 기획사, 인쇄업계 등은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그 정도 일뿐이다.

전체예산 가운데 일정부분을 포항종합운동장 개보수에 사용했지만 몇 번이나 더 사용 가능한지 따져보고 싶다. 나머지 대부분의 예산은 모두 소모성으로 흘러가버렸다. 시민들은 무엇을 기억할까. 과연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을까.

일각에서는 지역업계가 특수를 누렸다는 점을 강변한다. 그러나 지역민들 가운데 음식업계와 숙박업계 등의 특수는 화려한 개회식의 돈잔치가 아니라도 가능했다.

이제 체전의 개회식과 운영방안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유망주를 발굴하겠다는 의미라면 각종 소모성 경비를 유망주 발굴에만 쏟아부어야 한다.그렇지 않고 화합과 축제의 장이라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형식적인 행사는 버려야 한다. 차라리 개회식날을 도민의 날로 정하고 축제를 여는 것은 어떤가. 체전을 빙자삼는 것보다는 더 현실성이 있다. 과거에도 있었던 도민체전이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도민체전이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로 이어지는 길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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