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열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교수
장마가 본격 시작되는 7월이다.

운전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장마철 빗길 운전이 야간운전과 더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필자의 초보운전 시절, 친구와 만날 약속장소에 아버지의 차를 빌려 나간 적이 있다. 때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인도를 걸어가던 사람들이 비를 피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를 가져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차 안에서 약간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여유는커녕 이내 당황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갑자기 앞유리가 온통 하얗게 변하면서 김 서림이 생기기 시작했고 시야는 점점 흐려져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이었다. 차 안쪽 면에 생긴 김 서림은 에어컨을 틀면 없어진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 에어컨을 틀었지만 오히려 더 뿌옇게 돼 시야 확보가 전혀 안 되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조심해서 차를 길가에 세워 앞 유리창을 화장지로 열심히 닦아낸 후 다시 운행했다. 하지만 앞 유리에는 바로 다시 김이 서렸고 창문을 열어야 김 서림이 사라졌기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 창문을 반 정도 열고 가야만 했다. 차 안은 들이친 비로 다 젖었고 필자는 운전을 하면서 내리는 비를 다 맞았다. 괜히 차를 가져와서 비 오는 날 고생만 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필자가 에어컨을 작동한 것이 아니고 히터를 틀었던 것이다. 에어컨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정된 온도를 낮춘다든지 다른 냉풍버튼과 함께 작동시켜야 하는 데 미숙한 운전경험은 자동차 기능에도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또한 장마철 빗길 운전은 초보운전 시절에도 그랬지만 10년 이상을 운전하고 있는 지금도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장마철에는 도로에 빗물이 고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주행 중 옆 차로나 반대차로에서 차량이 지나갈 때 튀긴 빗물이 앞 유리창의 시야를 가리게 돼 순간적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접할 때가 있다. 요즘이야 침착하게 속도를 줄이고 서행을 해서 상황을 수습하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기는 예전돼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빗물 때문에 노면반사가 이뤄져 차로의 구분이 어려운 것도 빗길 운전에서는 주의할 일이다. 특히 야간 빗길 운전은 전조등 불빛으로 인해 더욱 차로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교차로의 경우 차선이 없는 구간을 지나 다시 원래의 본인 차로로 주행해야 되는데 차로 구분의 어려움은 옆 차로의 차와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빗길에서는 서행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도로에 빗물이 고여 있는 경우 그 위를 과속해서 지나가는 차량은 노면과 바퀴가 닿지 않는 수막현상으로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차량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다양한 사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될 수 있으면 빗길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부득이하게 차량운행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도로여건상 빗물이 고일 수 있는 1차로와 갓길 쪽 차로는 피하고, 비로 인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전방상황에 집중하고 평상시보다 감속운전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습관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