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수십년 만에 러시아에 몰아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포르투갈 국토면적에 버금가는 지역의 농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말부터 우랄산맥 이서(以西)지역, 볼가 지역, 남부 우랄산맥 지역, 시베리아 등지에서는 종종 40℃까지 올라가는, 초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온 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근처 농업지역인 벨고로드에서 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 이런 이상 현상이 없었는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옐레나 스크리닉 농업장관은 재해지역 농민들이 파산을 눈 앞에 두고 있다며 정부에 400억루블(약 13억달러)의 대출을 요청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 액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고온과 가뭄 때문에 러시아 내 16개 지역이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빅토르 주브코프 농업 담당 제1부총리는 “대재앙”, “너무 심각한 상황”으로 표현했다.

러시아 곡물협회는 130년 만에 몰아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전체 경작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포르투갈 땅덩어리만한 900만㏊ 농경지가 말라붙었다고 밝혔다.

경제 일간 코메르산트는 올해 농업부문 손실이 1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고 주브코프 부총리는 손실액수를 추산하는 데만도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리닉 농업장관은 올해 곡물수확 예상고를 종전 목표치 9천700만t에서 8천500만t으로 다시 낮춰잡을 수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식량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천700만t을 수확해 2천400만t이라는 막대한 비축분이 있으므로 그 비축분으로 올해 떨어진 수확량을 보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0년 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올 여름과 비슷한 기상 상태를 보인 적은 1919년, 1920년, 1936년, 1938년, 1972년 등 다섯 번이었다고 러시아연방 기상청 발레리 루크야노프 부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모스크바의 종전 최고 기온은 1936년의 36.6℃였는데 올해 깨질 수도 있다며 “신기록을 세우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고픈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