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편집국장
2008년 2월 6일 설을 앞두고 필자의 방에 이원 법제처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 찾아왔다.

그는 당시 재경 사무관급 이상 포항 출향인들의 모임인 `영포목우회`(迎浦牧友會) 제5대 회장에 추대됐다.

당시 그는 “대전 등지에 정부 청사가 산재해 있는 만큼 회장단 폭을 넓혀 구성하고, 3~4월께 포항의 원로들을 모시고 모임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유별나게 눈에 띄는 활동은 자제할 방침이다. 이명박 당선인으로 인해 `포항인`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이전과 다르다. 당선인으로 인해 회원들의 결집은 더 되겠지만 잘못하면 당선인에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모여 친목을 돈독히 하되 조용하게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고 했다.

그는 1952년생으로 포항시 신광면 토성1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신광초·중,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79년 공직에 입문했다. 법제처에서 시작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지냈으며 주로 법제 연구, 법령 심사, 행정심판, 지자체가 의뢰한 법령 해석 업무를 맡아왔다.

당시만 해도 그는 법제처장까지 맡을 것이란 주변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는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그는 목우회 논란과 관련,“영포회는 제일 계급 높은 사람이 1급이었다. 무슨 힘이 있어서 전국을 움직이고, 인사를 할 능력이 있겠느냐, 회원명부도 없고 사실상 모임자체가 해체됐는데 소설을 써도 납득한만한 소설을 써야지”라며 한탄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냈던 박명재 차의과대학교 총장의 말을 빌어볼까?

“제가 초기에 회장을 하기도 했었는데 90년대 이후에는 1년에 한 번도 제대로 모이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더군다나 지금은 마땅히 회장을 맡을 사람도 없어서 차기 회장을 뽑지도 못하는 등 응집력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포목우회의 회원도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더욱 억울하다.

그는 지난 7일 필자에게 보내온 이메일에서 “저는 경주시 안강읍에 소재한 외할머니댁에서 출생해 경주에서 학교를 다닌 후 사회인이 될 때까지는 대구에서 살았다. 저는 영포회 회원이 아니며 영포회의 도움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용산사고에 이어 저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이 영포목우회의 논란을 접하고 있는 필자 또한 황당한 소설에 어이가 없는 심정이다.

정확한 모임의 이름도 모른채 `영포회`라며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 일부 언론, 회원도 아닌 사람들을 회원이라며 짜맞추기식으로 포장하고 있는 정치권의 공세에 이른바 포항사람들은 황당하기만 하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이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문제의 인사들이 영포목우회 회원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한다.

청와대가 지난 7일 조직을 개편했다.

이후 어떤 인물들이 새로 기용되고 자리를 옮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특정인을 견제하기 위한 여권내 권력투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치의 속성이 권력투쟁의 연속이라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목우회 논란은 참으로 유치한 접근이다. 죄없는 포항사람들을 중죄인 취급하고 포항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전도유망한 인재들이 숨죽이며 살고 야인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포항의 원로들이 민주당을 항의방문했을까.

영포목우회 초대회장을 했던 이석수 전 경북도정무부지사는 “`영포목우회`와 관련된 일부 정치권 발언과 언론 보도를 지켜보면 `곡정아세`(曲政阿世)라는 신조어가 필요할 것 같다”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포항시민들은 `이인규사건`을 놓고 `영포목우회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더 이상 포항을 유린하지 말길 엄중 경고하고 있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 들어 포항인이란 인맥하나로 호가호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경거망동하지 말길 주문한다. 포항시민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공분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경고이자 포항인으로서의 자위권이다. 더 나아가 능력과 인맥여부를 떠나 포항을 등에 업고 포항을 철저히 외면한 채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만 눈이 먼 포항인으로 포장한 위인들의 철학과 처신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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