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 / 객원 논설위원
한옥은 민족의 문화와 정신을 담은 가장 자랑스러운 전통유산이자 한국인의 정과 풍류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서까래나 버선코처럼 살짝 올라간 처마 끝 부연은 멋의 극치이다.

한옥에 사는 사람은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멋진 사람들이다. 한옥의 재목은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것 같아 더 정감이 가고 온돌과 마루, 부엌과 마당이 가지는 과학적 구조가 빼어나다.

집을 짓는 재료 역시 흙과 나무, 돌 등의 친환경소재만을 사용된다. 이러니 친환경을 삶의 동력으로 부르짖는 21세기의 새로운 건축 대안이기도 하다.

벽과 바닥 천정의 마감재로 쓰이는 황토 흙은 건강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흙은 요즘 같은 여름장마철에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 할 때 내뿜는 천연습도 조절기능을 갖추었는가하면 냄새를 없애고 항균 효과가 커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이런 장점들이 속속 과학적으로 증명됨으로써 한옥은 사람과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살림 공간으로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옥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밀려 전국에는 7만 채(2009년 통계)쯤이 남아 전체 주택의 0.5%에 불과하다. 53%를 차지하는 시멘트 상자 아파트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개발지상주의와 부동산 투기에 혼이 빠져버린 국민의식이 한옥을 생활 밖으로 처참하게 밀어냈다. 공동주택은 편리함이 묻어 나긴하지만 획일화 된 공간과 그 벽은 이웃을 없애버리고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모둠살이를 만드는 후유증을 동반시킨다. 자살 등 각종 사회문제와 이기적인 범죄 역시 이웃과 배려라는 인간관계가 실종되는 데서 더 생긴다.

정부가 늦긴 했지만 국격 향상을 위해 내놓은 신(新)한옥 플랜을 내놨다. 단독주택의 2~3배에 달하는 공사비(3.3㎡ 1천만~1천500만원)를 대폭 낮추는 대신 내부는 과거와 현대를 융합시킨 공간을 만들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신공법을 개발한다는 것.

땅값이 싼 농촌지역에 한옥을 먼저 보급하기 위해서 농어촌 주택개량자금을 가구당 5천만 원씩 빌려주고 표준설계서를 이용토록 한다지만 빈집이 수두룩하고 경제연령인구가 모두 떠난 농촌현실이 감안 되었으면 한다.

다랑이 논을 비껴가는 곳에 날아갈듯 한 ㄱ자, ㄷ자형 골기와 집 한옥이 자연 풍경과 어우러지면 우리 국토의 디자인은 한 폭의 그림이 될 것이다.

한옥이 앉은 곳은 최고 길지다. 예부터 자연 속에 들어가 사는 방법을 고집하다 보니 좋은 집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안동 풍천 하회나 경주 강동 양동, 영덕 괴시리 등은 누가 봐도 정감이 가는 곳이다.

하회마을 뒷산은 언뜻 보면 뒷동산 같지만 어엿한 태백줄기와 연을 잇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태극모양으로 하회를 휘돌아 나가는 낙동강이 어른거린다. 하회 마을을 보호하는 솔숲은 산색보다 더 짙다.

새마을 운동과 겹친 근대화 물결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전통한옥의 장점이 재발견되면서 한옥과 관련된 특허출원이 늘어나는 것을 봐서는 진가가 차츰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11건에 불과했었던 전통한옥관련 특허는 2008년 38건, 지난해는 3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서 지난 10년간 248건에 이르렀다.

특허출원 분야로는 기와 및 지붕에 대한 기술처리 건이 94건(38%)으로 가장 많고 건축구조 분야 61건(25%), 전통 온돌 개량 기술에서 25건(15%), 마루 등 기타 부분이 68건(27%)이다.

자연구도와 맞추다 보니 한옥엔 완벽한 설계도가 없다. 시멘트 건축물은 헐면 그 즉시 공해덩어리가 되는 것과 달리 한옥은 수명이 다하면 그 즉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한옥이 갖는 최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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