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들은 지붕으로 곳간으로 담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검은 새들은 빈집에서

꿈을 꾸었다 검은 새들은 어떤

시간을 보았다 새들은 시간 속으로

시간의 새가 되어 날개를 들고

들어갔다 새들은 은빛 가지 위에 앉고

가지 위로 날아 하늘을 무한 공간으로

만들며 해빙기 같은 변화의 소리로 울었다

아아 해빙기 같은 소리를 들으며

나는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있다

…. (시의 일부분 인용)

`풍경 뒤의 풍경`(2001)

새를 시간의 이미지로 바꿔놓은 이 시는 새의 귀소(歸巢)과정을 흐르는 풍경 속에 담긴 시간의 의미로 탐색하고 있다. 시인은 새를 시간의 이 쪽과 저 쪽을 넘나드는 존재로 상상하고 앞으로만 흐르는 자연적 시간의 규율을 파괴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질서를 벗어나는 새의 모습은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는 존재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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