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작 댄스영화 `하이프 네이션` 크랭크 인
9개월만에 입국… 촬영 과정서 심정·근황 전해

“한국에 무척 오고 싶었어요. 한국어와 영어로 된 대본으로 연습 중인데 한국어 대사가 더 잘 외워지네요.”

최근 서울 강북의 한 사무실과 강남의 한 녹음실에서 그룹 2PM 출신 재범(23·사진)을 연합뉴스가 두 차례에 걸쳐 만났다.

그는 볼이 핼쑥할 정도로 야위어 있었고 무릎과 팔꿈치에는 비보잉을 하며 생긴 듯한 멍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지난해 미국으로 떠난 뒤 국내 언론과 가까이 대면한 건 처음이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지인과 나눈 인터넷 메시지가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9월 고향인 시애틀로 떠났다. 지난 2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사생활 문제를 거론하며 재범의 2PM 탈퇴를 발표해 홀로서기를 한 그는 지난달 한미합작 댄스 영화 `하이프 네이션(Hype Nation)` 촬영 차 9개월 만에 입국했다.

재범과의 첫 만남에는 재범의 부모와 남동생, 미국에서 그가 활동한 비보이팀 AOM 멤버들이 함께했다.

국내 언론과 처음 대면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반갑게 인사한 재범은 “한국에 오니 너무 좋다. 무척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비보잉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입국 때 공항에 팬들이 많이 나와줘 너무 고마웠죠. 국내에 있는 동안 유튜브에 노래와 춤 영상을 올린 것도 팬들을 위한 것이었어요.”

“영어보다 한글대사 잘 외워져”

미국 데뷔앨범 발매 계획 밝혀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떠났기에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멋쩍은 듯 웃음으로 대신하며 말을 아꼈다.

재범은 활동 방향에 대해 “해외 활동 대리권을 계약한 DMW(Digital Media Wire)사의 CEO 겸 연예전문 변호사인 네드 셔먼이 활동을 관리해준다”며 “미국 쪽 활동에도 그가 도움을 줄 것이다. 나에게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하지만 국내에 매니지먼트를 둘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만난 재범의 부모는 15년 만의 입국이라고 했다. 재범은 아버지의 얼굴과 어머니의 체구를 닮았다. 식사를 위해 주문한 비빔밥을 손수 비벼준 아버지는 AOM 멤버들을 일일이 챙겼고 한국이 무척 깔끔해졌다는 어머니도 재범이 입국할 때 많은 팬들이 나온 사실에 놀라워했다.

AOM의 한 멤버는 “재범이와 오랜 시간 같이 지냈기에 내 마음속엔 아시안의 솔(Soul)이 있다”고 한국 체류를 흥미로워했다.

며칠 뒤 녹음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난 재범은 국내 한 가수의 음반 피처링을 위해 녹음을 하고 있었다.

녹슬지 않은 가창력과 랩 실력으로 1시간 만에 녹음을 마친 그는 `다크니스(Darkness)`라는 배역으로 등장하는 `하이프 네이션` 촬영에 고무돼 있었다.

이 영화는 동양인 비보이 팀이 아시아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대회에 참가한 뒤 미국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재범은 한국 비보이 팀의 리더로 출연한다.

“오늘 오전에도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4시간 동안 (비보이 팀인) 갬블러의 리더 장경호 씨와 함께 춤 연습을 했어요. 한국어와 영어로 된 대본으로 연습 중인데 한국어 대사가 더 잘 외워지네요. 비보잉은 원래 하던 것이어서 어렵지 않은데 첫 연기여서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또 지난달 발표된 미국 래퍼 B.O.B의 `낫신 온 유(Nothin` On You)`의 보컬 피처링 참여에 대해서는 “내겐 무척 영광이었고 좋은 기회였다. 국내 팬들이 많이 사랑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미국 힙합 그룹 B2K 멤버들, 국내 신인 여성그룹 라니아, AOM과 영화 촬영을 시작한 재범은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나흘 동안 `하이프 네이션`의 하이라이트인 세계 비보이 대회 장면을 촬영했다.

현장에서 촬영을 지켜본 한 연예 관계자는 “외국 비보이들과 견줘 재범의 춤 실력이 뛰어났다”며 “AOM 멤버들 중에서도 재범의 실력이 유독 좋은 듯했다”고 전했다.

약 3개월 간 국내에 머물며 한국 촬영분을 마칠 재범은 이미 이 영화의 OST 곡 등 4곡을 미국에서 녹음해둔 상태다.

이 중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 출신인 테디 라일리가 작곡한 `데몬(Demon)`은 이 영화에 삽입되며 한국과 미국에서 싱글로 먼저 나올 예정이다.

나머지 3곡에서는 재범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스눕독이 리메이크한 데이비드 보위의 히트곡 `페임(Fame)`과 미국 R&B 가수 브랜든이 부른 `애딕트(Addict)`에 피처링했고 제목이 미정인 한 곡은 재범과 그룹 본석스하모니의 멤버 크레이지본, 미국 래퍼 T-페인이 함께 불렀다.

`하이프 네이션`의 한 관계자는 “이 중 2곡에 여러 곡을 더해 미국에서 재범의 데뷔 음반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