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경찰간부들이 잇따라 도박과 음주 폭행 등에 연루되면서 경찰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데 이어 경찰 간부들이 술에 취해 동거녀를 폭행하거나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돼 비난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9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동부경찰서 강모(55)경위와 북부경찰서 김모(54)경위는 지난 2월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민간인 3명과 함께 수 시간 동안 포커 도박을 벌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전 징계위원회를 열고 강 경위와 김 경위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앞서 28일 밤 9시께는 달성경찰서 박모(38) 경위가 달서구 대천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채 동거녀 A씨(33)와 말다툼 끝에 주먹을 휘두르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연행됐다.

대구경찰은 지난 23일 대구 수성구에서 여대생 이모(26)씨가 납치된 뒤 몸값을 요구하는 피의자 김모(25)씨의 차량을 확인, 30여m 앞까지 접근하고도 김씨를 놓친 데 이어 곧바로 검문검색조차 실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씨의 피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 16일 새벽 이씨가 피랍된 인근 지역에서 귀가하던 A(26·여)씨가 살해범 김씨에 의해 납치됐다가 탈출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수사해 물의를 빚었다.

시민 박영배(37) 씨는 “시민을 각종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할 경찰이 도박하고 술을 마신뒤 여성에게 폭력이나 행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물론 일부 경찰의 일일 거라 믿지만,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영애(22·여) 씨는 “여대생 납치·피살사건 이후 밤엔 무서워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시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경찰 간부란 사람들이 도박과 음주폭행이나 하고 있으니 어떻게 경찰을 믿고 살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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