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춘 / (주)슈가버블 대표이사

26일 밤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이 끝난 직후 아쉬움의 눈물과 땀이 섞여 태극전사들의 뺨을 적실 때 하늘도 울었습니다. 그대들의 뺨을 타고 흐르는 굵은 눈물을 감춰주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비록 졌지만 몸 안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경기였기에 8강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은 더 컸지만 5천만 국민도 영웅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늘은 당당하고 강인해야 할 영웅에겐 눈물은 어울리지 않다고 여긴 듯 지독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던 포트 엘리자베스에 비를 뿌려 그대들이 쓴 큰 역사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신나게 외치며 까만 밤을 `붉은 함성`으로 밝혔던 지난 2주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승리를 외치며 애국심이 가져다주는 감동에 흠뻑 젖었습니다. 애국심의 근대적 개념을 설파한 대표적 사상가인 루소는 애국심의 이런 감동을 `달콤하고 열렬한 감정,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영웅적인 감정`이라고 표현하며 “조국에 대한 사랑은 애인에 대한 사랑보다 백배나 열광적이고 백배나 희열을 가져다 준다”고 했습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이 쓴 월드컵 원정 첫 16강의 역사는 위대했습니다. 12일 그리스를 2-0으로 격파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전국을 들끓게 했던 그 열기는 조별리그 최종전인 23일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극적인 2-2 무승부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팀이 이겨야 한다`는 데 모든 국민의 의견이 일치하는 탓에 평소 축구에 관심없는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세계 만방에 뽐냈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색깔은 오로지 붉은 색 하나밖에 없는 듯 착각할 정도로 전국은 붉은 물결로 넘쳐났습니다.

그동안 축구는 유럽과 남미, 이 두 개의 대륙이 양분하다시피 했으며 실제로 이 두 대륙을 제외하고는 준결승 무대에 오른 팀이 자국 월드컵에서의 한국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종전의 판세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아시아 대륙을 필두로 오세아니아 대륙은 물론 북중미 대륙마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으로 몰아갔습니다.

한국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이유는 정신력과 애국심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일본 축구감독인 트루시에는 “보통 사람들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술과 시스템을 들지만, 이번 월드컵만큼은 정신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조별리그에서 정신력이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과 일본 축구는 `정신력의 축구`이며, 일본이나 한국은 결코 축구강국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경기를 보면서 나는 애국심과 단결심, 연대감, 의지, 야심 등을 느꼈다. 그들의 축구는 지금까지의 평가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유럽과 아프리카 선수들은 자신들이 속한 클럽에서 뛸 때와 같은 충성심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남다른 끼로 그라운드를 야생마처럼 누볐던 23명의 태극전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신명난 흥으로 붉은 에너지를 분출한 5천만 국민 모두가 승리자였습니다. 손에 쥔 성적표는 8년 전 그것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력으로 당당히 따낸 원정 월드컵 16강의 가치는 그야말로 위대했습니다.

다가올 창대한 성공을 위해 오늘의 아쉬움을 잠시 접어둡시다.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던 5천만 국민에겐 8강 탈락의 아쉬움보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샘솟습니다. 밤잠을 잊고 `대~한민국`을 외쳤던 국민을 위해 바다 건너 남아공에서 투혼을 불살랐던 태극전사들의 2010년 6월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대들이 흘린 땀은 4년 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더욱 화려한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대들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