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등 경북지역 촬영지로 새롭게 각광
지역특색 살린 소재발굴·기획 우선돼야
인기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비록 잠깐 동안이지만 지상파 방송을 통해 지역의 명물이 소개될 때 그 파급효과를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만 산출하기는 어렵다.
최근 지역의 문화산업이 한류열풍과 만나 놀랄 만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둔 예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은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와 춘천 등은 드라마 방영 후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에 훈풍이 불기도 했다.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인 춘천의 경우 지난 2000년 270만여명에 그치던 관광객 수가 2005년 555만여명으로 크게 늘었고, 그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경북지역도 최근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300만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가 봉화군에서, TV 사극 `대조영`과 `천추태후`, `자명고` 등이 문경시에서, 와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떼루아`가 청도군에서 촬영되면서 직·간접적인 지역 홍보 효과를 거뒀다.
특히 경주는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선덕여왕`과 `꽃보다 남자`의 주요 촬영지로 명성을 떨친 데 이어 최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경주 최부자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명가`의 방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드높였다.
포항도 지난해 만화 원작의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의 주요 촬영지로 이름을 알렸지만 드라마가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되면서 기대만큼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송사 및 드라마 제작사와 제작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적 특색을 살린 기획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선덕여왕`과 같이 경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를 발굴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릴 수 있을 때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세트장을 짓기 위해 지자체가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도 생각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거나 지역과 특별한 연관성 없는 내용이 그려질 때 그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포항은 한국전쟁에서 큰 활약을 한 학도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화 속으로`를 통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전쟁의 운명을 바꾼 71명의 학도병들이 당시 포항여중에서 포항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감동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영화 속 지명으로 포항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영화가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시에서 일부 장소를 알선해준 바 있다”며 “6·25전쟁을 배경으로 포항에서 실제로 활약했던 학도병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시에서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들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지만 지역을 소재로 한 참신한 기획의 부재로 아직은 문화산업을 이용한 도시마케팅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같은 이야깃거리와 호미곶 해맞이 행사, 철강산업의 메카 등 지역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전혀 없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을 통해 촬영지 지원 사업을 펼쳐 나가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도가 지난 2008년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문화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보조를 같이 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김명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