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11월 11일

사령부에서 보급된 탄약을 각 화기반과 전투반에게 배부하고 김 중사, 이 중사, 연락병을 대동하여 지프를 타고 목표고지 현지로 나가 지형지물을 관찰하고 작전구상을 한 후 막사로 돌아와서 효율적인 작전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김·이 양 중사와 협동공격에 대해 자세하게 협의·결정을 하니 오후10시가 되었다.

1952년 11월 12일 오전5시

기상과 동시에 천막을 철거·정리 한 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동준비 집결대기상태에 이르러 사랑하는 대원들과 마지막 우정을 나누고자 담배 한개피씩 돌려 피웠다.

잠시 후 사단사령부 작전참모장 인솔로 트럭 2대가 도착되었는데, 특공대 인원이 부족하다며 박 소위와 임 중위를 데리고 가라한다. 아니 된다고 거절하니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 받아주시오!` 한다. 잠시 망설이다가 직접 두 사람에게 “내 명령에 죽을 수 있나?”하고 물으니 “예!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하여 2·3분대장으로 임명했다.

1분대장인 이 중사와 본부분대를 묶어 내가 직접 지휘하는 1조로 묶고 2·3분대를 묶어 2조로하고 트럭 2대중 1대에 화기반과 탄약을 적재, 나머지 1대에 1·2조대원이 탑승, 8㎞나 되는 목표지점을 우회하여 아군 주저항선 500m 앞에 하차했다.

화기반장 김 중사에게 주저항선 고지로 진출해 공격대원 엄호사격 지점을 빨리 선정하라고 지시하고 공격대원들은 주저항선 정면 고지하단 골짜기로 진입, 공격개시선에서 몸을 차폐하여 잠시대기하고 있으니 화기반장 김 중사가 사격준비 끝났음을 통신병 유선수화기에 알린다.

박 소위와 임 중위에게 고지공격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화기진지에 전화로 제2목표 고지에 적 화력참호가 우리 정면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점 명심하고 공격대원들 진공에 위험하지 않도록 신호하면 엄호사격 할 것을 지시했다.

`공격대원들! 우리 화기진진에서 사격이 시작되면 신속히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라!` 2·3분대장으로 임명된 박 소위와 임 중위가 이끄는 2조 대원들의 제1목표 고지 돌격함성이 들리지 않아 김·이 중사와 협의한 속전속결의 작전계획이 지연만 된다. 특공결사대가 아닌 두 장교 때문에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한참 후 2조 연락병이 와서 `2조는 적에게 노출돼 제1목표 고지 돌격이 불가하니 1조가 제1목표 고지로 돌격할 것을 전하라!`는 임 중위의 성화에 못이겨 달려왔다고 하는 순간, 나의 걱정이 기우가 아닌 위험한 실지상황으로 몰고 가는 두 장교의 얼토당토 않는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연락병에게 급히 되돌아가서 즉각 제1목표 고지로 돌격하지 아니하면 작전계획을 파기하는 명령불복종 행위로 간주 처단하겠다고 전해라. 그래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더 지체할 수 가 없어 `이 중사! 우리가 제1목표 고지로 돌격하니 신호보내면 나의 뒤를 따르라! 정면으로는 불가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기와 힘을 다하여 “대원들 돌격하라! 대원들 돌격하라!” 고래고함을 토해내니 박 소위가 달려와서 목도리를 벗어 전신을 동여매고 지혈해도 감당할 수 없어 위생병을 부른다.

나를 본 위생병은 상처가 너무 심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위생병! 통증·사정보지 말고 대퇴부를 빨리 지혈하고, 박 소위는 대원들에게 달려가 최후의 한사람까지 용감한 특공결사대의 임전무퇴 정신을 발휘해 시간을 지체치 말고 저격능선까지 돌격하라는 특공부대장의 마지막 명령을 전달하라!`

박 소위는 잘 알았다고 거수경례를 한 후 대원들에게 달려가고 위생병은 나를 업고 큰 바위 밑으로 옮긴다. 적의 산탄, 유탄, 포탄이 가을 들녘의 목화송이 날리 듯 온 산야를 뒤덮어 대니 위생병은 몸을 숨기고자 체면불구하고 내 배위에 올라타 숨이 막힐 지경이다. 포탄 세레가 멈추자 위생병은 머리, 팔·다리, 어깨, 얼굴 등을 압박붕대로 동여매는데, 고지위에서 만세! 만세! 만세!를 부르짖는 대원들의 함성이 들린다. 특공결사대는 노도의 물결과 같이 돌격하여 제1·2 목표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