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중부전선 금화지구 북방 오성산(1,062m)의 능선에서 생사결단 조국의 방위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그때 미국과 중국이 휴전협정 회담을 시작, 현재 점령지점을 기준하여 휴전선을 정한다는 피아간 연락장교들의 정보에 의거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점령하고자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온다던 시기로 육군 2사단장 `함병선` 준장이 소장으로 진급·전출되었고, 육군참모총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안 되는 `정일권` 중장이 `백선협` 중장과 교체, 육군 2사단장으로 부임, 전선은 매우 급박한 형태로 전환되었다.

중공군은 오성산을 기점으로 구축한 방어선에 3개 군단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아군은 한미연합작전회의에서 미군3군단 예하 미군 7사단과 우리 2사단이 동시에 오성산에 주둔한 적진을 공격한다는 공동작전이 결의되어 미7사단장은 훈시에서 “제군들 군번줄을 거둔 분량이 몇 트럭이 될지라도 이번 공격전투에 기필코 승리해야 된다”고 기백에 찬 목소리로 엄한 훈시를 내렸다.

이승만 대통령께서도 중부전선의 요충지인 오성산에 주둔한 우리 2사단에 헬리콥터로 내왕, 사단장 막사에서 작전상황을 설명 들은 후 전투에서 용맹을 떨친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각 부대에서 차출된 모범용사 15명과 일일이 손을 잡고 무운을 비는데,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 “귀관은 고향이 어디인가?”라고 하문하여 “네-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입니다”하니 “언제 월남 했었나? 오랜만에 고향 젊은이를 만나게 되어 반갑구먼! 나는 평산이 고향일세” 하시며 나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는 “부모형제는 계신가?” “네- 어머님과 형님들, 1·4후퇴 피난길에 헤어져 생사를 모릅니다”하고 대답을 하니 대통령 각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물을 흘린다.

두 손으로 대통령 각하의 손을 움켜쥔 저도 눈물이 앞을 가리어 “각하께옵서는 기체 만강하신지요”하며 엎드려 큰절을 올리니 “나, 건강하게 잘 있네!” 하시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왜정 때 일본군 중대병력을 섬멸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성을 다하여 싸워온 전투경력의 요점을 10여분 설명한 후 “끝까지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하니

대통령 각하께서는 머리를 끄떡이며 “장하다 젊은이 잊지 않음세!” 하고는 나의 손을 붙잡고 어께를 두드린다.

대통령 각하 이하 여러 참모들과 차출된 장병 15명은 사단사령부 취사반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모두마치고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사단장실 부관이 와서 “대통령 각하께서 부르십니다” 하여 부관을 따라 사단장실로 들어가니 대통령 각하가 배석한 자리에 사단장이하 참모장, 각 부대 작전참모들이 줄지어 앉아있어 거수경례를 하고 대통령 앞으로 가서 “각하 부르셨습니까?” 하며 거수경례를 올리니 “이리 와서 여기에 앉게” 하신다.

작전참모장이 대형작전 좌표를 펼쳐놓고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사단장 정일권 중장은 의미심장하게 이번작전의 임무와 목적, 중요성을 역설하며 격렬하고도 치열한 격전에 많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필코 성공해야 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미 7사단과 우리 2사단 연합작전에 많은 희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특공부대인 결사대를 결성코자하는데, 누가 특공부대를 이끌 부대장으로 차출되는가에 따라 작전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말하자 설명을 듣고 있던 대통령이 즉석에서 나를 추천한다.

“이 사람은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사관학교 출신자로 일본군에서 인간적인 학대와 시달림을 받은 조선군인 90여명을 규합, 한사람의 희생도 없이 왜놈 2개 중대병력을 몰살시킨바 있는 장군의 기질을 타고난 불사신의 용사로 특공부대장으로 지명하는 바이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한가?” 모두가 큰소리로 “찬성합니다”한다.

만장일치로 부대장으로 임명되어 대통령 각하께 다짐의 인사말을 올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