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7월말 께 예비사단의 임무를 마치고 금화북방 오성산 줄기의 저격능선(일명:피의능선)으로 출동, 미군부대와 교체해 진지방어임무에 들어갔다.

다음 작전에 대비한 전투·수색정찰을 실시해 적의 실제상황을 염탐·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가끔씩 중공군이 꽹과리, 피리, 북 등을 치고 불며 아군진지에 대하여 야간 기습공격을 가해오는데, 소리 나는 방향과 정반대로 인해전술·육탄으로 협공하며 주저항선의 한부분이라도 무너져 뚫리면 전체 진지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기필코 적을 물리쳐야 한다.

1952년 8월10일 새벽1시 가랑비가 내리는 칠흑같이 어두움 밤을 기하여 옆 부대 진지 정면에서 꽹과리, 북치는 소리와 피리 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심상치 않은 예감에 소대대원들 초소와 중·경기관총 진지에 긴급히 연락, 만반의 전투태세 준비를 지시했다. “초소 정면을 주시하라!, 요란한 소리에 동요되지 말고 사격신호탄이 발사되면 사격하라!, 수류탄을 챙겨라!, 숨소리조차 죽여라!”

전초지 대원들 불러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철저한 경계근무를 당부했다.

무전기로 중대장에게 보고하니 중대장 `2소대인가! 이상 없나?` - `적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각 초소에 전투발령을 내리고 대기상태입니다` `중대장님! 전 중대와 소대에 주의를 촉구하는 경종을 내렸습니까?` 하는데, 전초지 대원이 낮은 목소리로 `적군이 대대적으로 기어오릅니다`한다. `빨리 철수하라!` 하고는 `중대장님!` 급히 부르니 `이 하사관, 왜!`한다.

너무나 많은 수의 적을 대하고 보니 심장이 뛴다.

와삭와삭하는 수풀 스치는 소리를 듣고 전면을 유심히 살피니 직선거리 15m에 불과한 원형철조망까지 적군이 접근해 사격신호탄과 동시에 M2칼빈소총 30발이 자동 발사된다해

소총, 자동화기, 중·경기관총 등이 순식간에 일제히 불을 토하고 조명탄이 공중에 낙하, 대낮같이 밝다. 수류탄 투척, 화염방사기의 불기둥이 속사포로 뻗어나가 적들을 단숨에 삼켜버린다.

61, 81미리 박격포, 기관포 등 각종화기가 맹렬하게 사격·폭발되니 적군의 공격형태는 지리멸렬하게 흩어지고 철조망 근처는 적의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 봉우리를 이루고 계속 낙하되는 조명탄의 불빛으로 주변이 일대장관이다.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중공군의 시체덩어리가 대원들의 수류탄 투척 등 집중포화에 찢어진 살점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퇴각하는 무리들이 보이자 대원들이 고함을 지른다.

“땐 놈들아! 왜 달아나느냐? 끝까지 덤벼보지 이 개새끼들아!”

오전5시30분에 전투가 종료되어 초소전면에 나가보니 적의 시체들이 참담한 모습으로 빽빽하게 깔려있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주저항선 방어에 성공한 우리대대는 다시 오성산 우측 상소방면으로 이동, 주저항선 능선고지에 배치되어 적진탐색과 수색을 거듭하다가 저격(피의)능선 우측으로 연결된 능선줄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3대대가 공격하는데, 우리 11중대가 선봉대다. 주간에 공격하여 목표지점을 탈환한 후 공병대의 철조망 가설 등 방어진지를 구축, 적의 야간 재침공에 대비했다.

야간 고지방어에 필요한 서치라이터를 후방 개울지에 배치 광선불빛이 고지앞면을 비추게 하고 항공대에 협조, 조명탄 낙하 등 다각도로 방어고지 앞면일대를 대낮같이 밝게 했다.

오후8시가 지나니 적의 포탄이 간간이 떨어져 폭발하는가 싶더니 아군 방어포탄과 적의 공격포탄 수백·수천발이 한꺼번에 고지에 떨어져 폭발·작열되는 소음에 고막이 파열되었는지 대원들의 고함소리도 들리지 않고 별이 총총히 빛나던 맑은 밤하늘에 뽀얀 포연과 흙먼지가 날아올라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