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밤 11시 격돌

월드컵축구대회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뤄낸 태극 전사들이 이제 8강, 4강 고지 정복에 도전한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2-2로 비긴 한국은 조 2위로 당당히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상대는 우루과이다.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는 A조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조 1위를 차지한 만만치 않은 남미의 강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47위인 한국보다 한참 높은 순위에 올라 있고 지금까지 4차례 맞붙어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차례, 친선경기 3차례 만난 우루과이는 한국에 4승을 거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히 우루과이가 한 수 위인 셈이다. 그러나 원정 16강에 처음 오른 상승세를 잘 살린다면 `못 넘을 산`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네 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우루과이는 그러나 원래 수비보다는 공격이 좋은 팀이다.

남미예선에서 20경기를 하는 동안 30골을 몰아쳐 브라질(33골), 칠레(32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간판 공격수는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포를란은 올해 풀럼(잉글랜드)과 치른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고 리버풀(잉글랜드)과 준결승 원정 2차전에서도 연장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시즌 막판 매서운 발끝을 뽐냈던 선수다.

이번 대회 남아공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혼자 두 골을 몰아치는 등 상승세가 돋보이는 포를란을 어떻게 묶느냐가 우루과이와 16강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멕시코와 3차전에서 1-0 승리에 득점을 올렸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도 경계 대상이다.

남미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경기당 1골이 넘는 실점을 하는 등 수비는 탄탄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세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어 부담된다.

프랑스, 남아공, 멕시코를 상대로 세 경기에서 내준 유효 슈팅이 모두 8개밖에 되지 않아 경기당 3개를 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결이 `20년 만의 설욕전`이 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나 0-1로 분패했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에는 조 3위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2패였던 한국도 우루과이를 물리쳤더라면 16강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으나 후반 45분에 우루과이 다니엘 폰세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3패로 탈락한 아픔이 있다.

특히 당시 우루과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 지금도 우루과이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어 `설욕전`의 의미가 더하다.

성인 대표팀 경기는 아니지만 1983년 6월 멕시코 청소년(20세 이하)대회 8강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 대표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긴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당시에도 우루과이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루과이를 제물로 `원정 8강`까지 진군할 수 있을지 팬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