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 창간 20주년에 부쳐

약관(弱冠)과 방년(芳年). 오늘 아침 이 두개의 단어를 백지에 써놓고 그 의미를 찾아보고 되새겨 봅니다. 각각 스무 살 즈음의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자는 비로소 갓(冠)을 쓰고 어른이 된다는 뜻이고 여자는 이때가 가장 꽃다운(芳) 나이로, 둘 다 청춘의 절정에 이르는 시기라는 말입니다.

나이 스물이면 어린 아이의 티를 벗고 어른대접을 받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행위에 책임을 져야하는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현들은 갖가지 어려운 말로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경북매일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늘 성년식을 치릅니다. 지나온 유년기를 돌이키면 긍지와 자부, 회한과 오욕이 뒤섞여 있지만 아무래도 잘못한 일들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고 달아오름을 숨길 수 없습니다.

또 `비록 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거나,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잘 할 테니 옛일은 잊어달라`는 상투적 변명이나 장밋빛 허언은 하지 않겠습니다.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는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수사적 치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백컨데, 지난 20년 경북매일신문의 과오는 셀 수없이 많습니다. 사익(社益)에 급급해 한 쪽 눈을 감아버리기도 했고 광고주의 청탁에 맥없이 펜을 꺾어버린 사례도 있었음을 솔직히 밝힙니다.

또 `정론직필`을 사시로 하면서도 대기업의 불평등 계약과 관련,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위해 신문사를 찾았던 어느 중소기업인을 외면했던 일이나 서민과 자영업자, 소외계층들의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 등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기자를 비롯한 일부 구성원들의 분별없는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일 등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안이한 제작으로 본말이 뒤바뀌고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한 경우도 없지 않았음을 자인합니다. 이제 성년이 된 만큼 반성하고 고치겠습니다.

우리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선수들이 그동안 인내하기 힘들 만큼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우리대표팀 역시 1954년 첫 출전 때는 미군 수송기를 타고 스위스까지 사흘 동안 잠 한숨 자지 못한 채 달려 경기직전 현장에 도착했고 한 경기 최다 실점의 기록까지 세워야했던 치욕의 역사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련을 거쳐 오늘의 한국 축구는 세계무대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복된 도전과 실패 끝에 이뤄낸 영광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받는 것입니다.

경북매일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간 초기 조기폐간을 점치는 이들이 한 둘 아니었습니다. 며칠 버티다 곧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더 많았다는 게 당시의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저희들에게 자양분(滋養分)으로 작용해 더욱 분발하게 했고, 오늘 영광스러운 약관과 방년을 기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오늘 경북매일신문이라는 제호와 신문사 모든 구성원들의 이름을 함께 걸고 재차 약속드립니다. 스스로와 독자들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굽히지 않겠습니다. 공기(公器)임을 잊지 않고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언론이 서야할 자리라면 어떤 고난도 감수하겠습니다. 자본과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독자와 시민과 국민의 시선을 두렵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 20년의 과오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새 출발 점에 서는 저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독자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입니다. 채찍질하고 감시해주십시오.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 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이 아침 저희 경북매일신문사 구성원 모두는 성년이 됐다는 자축에 앞서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신뢰받는 언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과 행복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 두려운 존재는 오직 독자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슴 속 깊이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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