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착륙 위기 `피마른 승객들`

중국 텐진 공항에서 인천공항 행 아시아나항공 OZ328호가 이륙하자마자 우박, 낙뢰로 인해 조종석 유리에 금이 가고 기체의 심한 요동 속에서 연료를 모두 버린 채 목적지와 다른 칭다오(청도)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한 급박한 항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B조 2차전 경기가 치러진 지난 17일, 중국 상공에서는 이같은 생사를 넘나드는 항공사고가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中 텐진~인천행 OZ328호, 우박·낙뢰로 조종석 유리 파손

1시간40여분 공포속 비행… 집단항의에도 당국은 묵묵부답

본지 독자 전은영씨(31·여·안동시 길안면)에 따르면 이날 중국시간 오후 4시16분께 중국 텐진 공항에서 인천공항 행 아시아나항공에 탑승한 95명의 승객들은 사고순간 암흑의 하늘에서 공포의 1시간40여분간을 구토, 비명소리와 함께 보내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륙직전부터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어요. 천둥, 벼락과 함께 창밖의 가로수가 휘어질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기장은 항공기 이륙을 시도했어요” 전은영씨(31·여·안동시 길안면)

“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고객의 안전을 외면한 채 모두 대피하는 바람에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승객들은 요동치는 기체와 함께 암흑구름 속의 하늘에서 2시간여 동안 공포에 떨며 구토, 비명소리와 함께 순간 아수라장이 됐지요” 김시균씨(33·안동시 서후면)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한 승객은 기도와 함께 유언장을 쓰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혹시 모를 추락 사고를 대비해 자신의 시신 발견을 위해 속옷 깊숙이 여권을 숨겨 두는 광경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강수창씨(32·안동시 송현동)

문제의 항공기에 몸을 실은 권용순(32·안동시 안기동)씨 등은 몸서리치는 당시 공포의 순간들을 조목조목 설명으로 이어갔다.

승객 권씨에 따르면 문제의 사고기는 지난 17일 중국시간 오후 4시 16분께 중국 텐진 공항발 인천공항행 도중이륙한지 5분여만에 낙뢰와 함께 우박을 맞았다. 당초 이 항공기는 밤 12시45분에 이륙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인해 3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륙 사인이 난 가운데 당시 비바람이 다시 거세게 몰아쳤고 이륙순간에도 활주로에서 고속주행 중인 비행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지만 아시아나 항공은 이륙을 강행했다.

심하게 흔들린 비행기는 성층권으로 올라가던 순간 대규모 적란운(소나기구름) 속에서 폭우와 함께 비바람에 심하게 요동쳤으며 이륙 10여분 후에 비행기 날개와 몸체에서 번쩍이는 붉은 불빛들이 비행기를 휘감았다고 권씨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로부터 수분 후 기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을 통해 “비행기가 낙…낙뢰와 우박을 맞았다. 비행기 조종석 유리에 금이 갔다”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승객을 상대로 반말 방송을 했고, 또한 몇 분 지나지 않아 부기장마저 떨리는 목소리로 텐진공항으로 선회한다고 했다.

기장은 방송을 통해 날개에 있는 연료를 바다위에 버리고 비상착륙시도를 발표하자 승무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당황하면서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순간 승객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또 한참을 지나서 텐진공항이 아닌 칭다오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해 운항한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오후 7시 칭다오 공항에 내린 승객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항공사측에 기상문제 등을 항의한 채 대체 항공기의 탑승을 거부한 이들은 칭다오 인근 한 호텔에서 1박, 다음날 대한항공편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사 관계자는 “문제의 항공기가 돌발적인 기상상태로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들어봤다”며“중국공항 측으로부터 기상호전 `클리어 사인`을 받은 후 이륙시도를 한 것으로 항공사 독자적으로 임의대로 이륙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로 많이 놀란 고객들에게 위로와 함께 심심한 사과를 드림과 동시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진상조사를 통해 파악하겠다”고 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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