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북삼읍에 사는 정모씨는 요즘 식당영업이 안돼 골치를 앓고 있는데 수시로 걸려오는 아파트 스팸메일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내용은 “H개발 박 부장입니다. 연락주세요”다. 혹 단체 예약인가 싶어 전화를 거니 다름 아닌 아파트 분양 광고 대행업체였다. 화가 나 따지려 했으나 오히려 아파트 분양 설명을 들어야 했다.

석적읍에 사는 주부 최모(여·42)씨도 “33평 아파트 5천만원 파격 할인분양 1천만원으로 내 집 마련 절호의 기회”란 미분양 아파트 홍보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바쁘다며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여직원은 대출이자도 대납해 준다며 물고 늘어졌다.그러나 이 아파트는 구미에 있는 재개발아파트로 현재 공사가 중단돼 있다.

장기간 경기불황으로 칠곡지역 신축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되면서 건설사들의 판촉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대행업체에 의뢰, 주부, 학생 등을 동원 마구잡이식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된 방법은 텔레마케팅, 말 그대로 전화를 걸어 판매홍보를 하는 것이다.

카드 회사나 통신 회사에서 주로 쓰는 이 방법은 가입자에 한해 사용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분양대행업체에서 이런 홍보활동을 강요하다시피 한다.

특히, 미분양 판매대행업체는 중개업소 딜러, 대학생, 주부 등을 한시적 계약직으로 고용, 수당을 받고 싶으면 스스로 알아서 판촉활동을 하라는 식이다.

고용된 사람들은 분양 때 수당만 수백만원에 달해 이런 리베이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 결국 무리한 홍보활동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결과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로 더운 날씨에 주민들의 고통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계약직 주부 K씨는 “같은 계약직 간에도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가 없다”며 “최대한 상대방이 짜증나지 않게 하려고 해도 막상 전화를 걸면 통제가 안된다”고 했다.

칠곡/남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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