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를 제물 삼아 지독한 월드컵 불운도 날려버리겠다`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박주영(25.AS모나코)이 오는 23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앞두고 가슴 속에 깊이 새기는 다짐이다.

박주영의 발끝에서 시원한 골이 터진다면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

공격의 해결사 특명을 받은 박주영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이 4-2-3-1 전형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던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과 달리 4-4-2 전형의 투톱 시스템으로 나이지리아를 공략할 계획이다.

`왼발 달인` 염기훈(27.수원)이 박주영과 공격의 쌍두마차로 나선다. 그나마 최일선에서 고립됐던 박주영으로선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박주영은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운명의 3차전이 지독한 `월드컵 불운`을 털어버릴 절호의 기회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스위스와 조별리그 3차전 때 선제 결승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했다. 또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도 자책골로 통한의 선제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와 맞대결에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낚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2차전에 맞붙었던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2-1 역전 드라마의 발판이 되는 동점골을 사냥했다.

당시 한국은 0-1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박주영의 동점골이 기적적인 역전승의 디딤돌이 됐다.

박주영은 후반 종료 1분 전 백지훈이 프리킥을 얻어내자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나이지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1-1 동점을 만든 한국은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후반 추가 시간 백지훈의 역전골까지 터지면서 2-1로 이겼다.

당시 박주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얻은 페널티킥 찬스를 날렸지만 왼쪽 팔꿈치가 빠지는 악재에도 응급처치를 받고 뛰는 `부상 투혼`을 발휘해 귀중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박주영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천금 같은 프리킥 동점골을 만들어냈던 기억을 살린다면 16강 진출의 선봉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박주영은 `왼발 달인` 염기훈과 함께 세트 피스 상황에서 전담 키커를 맡으라는 특명까지 받았다.. 왼쪽 또는 아크 정면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박주영의 대포알 같은 한 방이 나이지리아의 골문에 꽂아넣는 임무이다.

박주영은 앞선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전에서 잘못한 실수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자책골 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는 없다”며 최종 3차전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나이지리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박주영이 월드컵 불운의 악연까지 끊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