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뚫고 적근산 603고지 탈환 나서
포탄뚫고 적근산 603고지 탈환 나서
  • 최진환
  • 등록일 2010.06.21 20:56
  • 게재일 2010.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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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에 대대장 목소리가 들린다. “빨리 보고하라는데 우물쭈물 뭐하고 있는 거야, 그 곳에 이 하사관 있어 빨리 바꿔!” 그때서야 무전기를 내민다.

`대대장님, 이 하사 백곰입니다` `오! 이 하사관 수고 많았지, 빨리 전과 보고하라`

“전과보고, 적 사살 19명, 포로 없음, 노획무기 중기관총 2정, 경기관총 1정, 따발총 5정, 수류탄 300발, 탄환(실탄)박스 10개 / 아군상황보고, 전사 7명, 부상 12명, 전투인원 16명, 1·3소대와 중대본부요원 제외, 이상입니다”

이어 대대장 작전지시에 따라 2㎞ 진격하여 앞산과 떨어져 깊은 계곡을 이룬 능선에서 2일간 방어임무를 수행하면서 우리 11중대에 전투대원이 보충되었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며 고향이 부산인 12화기중대 `박시철` 소위가 중위진급과 동시에 우리중대장으로 부임되어 인사말을 한 후 나에게 `천불산 고지탈환 작전`공로로 일계급 특진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 `이종찬` 중장 명의의 충무무공훈장이 수여되었다. 나의 용감무쌍한 전투력을 전 중대원에게 알려 전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다졌으며, 우리 중대원들은 5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휴식을 취한 후 적근산 전선으로 이동, 전투·수색정찰대의 임무를 부여받고 적정탐색과 정보수집 등 많은 활동 후 타 부대와 주저항선 임무교대하고 2㎞후방에서 화기점검, 탄환보급 등 적근산 603고지 탈환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연대장이 와서 필승을 독려한다.

고향가족에게 유서편지를 쓰는 대원들도 있다. 오전 2시, 기상하여 5㎞ 야간 행군으로, 오전 4시, 공격 대기지점 도착, 대대장이 각 중대장과 소대장을 데리고 바로 옆 낮은 고지로 올라가 603고지의 지형을 관찰하고 그 자리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내려온다. 대원들은 주먹밥으로 식사하고 풀잎으로 위장을 한다. 대대장은 사기진작책으로 술을 준비, 대원들이 마시게 하고 남는 술을 수통에 채웠다. 주공격 임무를 부여받은 우리 중대원들은 하나같이 화랑담배를 피우고 고별이나 하듯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내뿜어 날린다. 오전 5시 30분, 603고지 일대에 일제히 대공포 지원사격이 개시되었다.

오전 6시, 대대 공격개시 신호탄이 발사됨과 동시에 우리중대 각 소대별 담당 목표능선을 향하여 일제히 각개약진으로 돌진한다. 우리의 공격을 확인한 적은 82미리 박격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열되고 각종 중화기에서 발사되는 탄환이 쌩쌩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데, 경북 달성 출신 17세 소대연락병 `왜말쾌` 일병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면서 손짓으로 나를 불러 가보니 얼굴에 관통되어 유혈이 낭자한 상태로 붉은 아침햇살에 비쳐 더욱 붉다. 나의 무릎에 앉혀 죽으면 안 된다고 힘을 실어주어도 나의 손을 꽉 잡고는 가냘픈 마지막 목소리로 `이 중사님! 꼭 원수를 갚아주시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다 숨을 거두면서 눈을 감지 못해 손으로 눈을 쓰다듬어 감기고 `꼭 원수를 갚아주마` 하고 땅에 내려놓으니 눈물이 앞을 가려 말문도 막히고 목 메인다. 고향에는 칠순이 넘는 외할머니가 계신다고 했는데….

단병접전의 기세로 마음을 다지고 대원들에게 `빨리 나의 뒤를 따르라`고 고함치고 성난 멧돼지처럼 손살 같이 달려 고지아래 큰 바위 밑에 도달하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 나동그라져 옆을 보니 낡은 초가 앞마당 잎이 다 떨어진 나무에 달려있는 빨간 사과 두개가 보여 후다닥 일어나 사자가 먹이를 찾아 달려가 듯 비호같은 동작으로 나무에 뛰어올라 두개의 사과를 따서 손에 잡는 순간, 적 기관총 연발사격을 받아 기계체조 선수처럼 나무에서 다이빙하며 빙글 돌아 바위 밑으로 돌아와 손으로 사과를 닦아 한개는 바위에 올려놓고 `왜 일병`의 명복을 빌어주고 한개는 쪼개어 입에 물고 뒤돌아보니 2소대장 `문재운` 소위(전북 김제 출신으로 중사에서 임관된 장교)가 숨을 할딱이며 보리밭을 포복하여 옆에 와서 사과 반쪽을 받으면서 `이 중사의 빠른 동작 참으로 놀랬습니다` 한다.

문 소위가 바위 위의 사과를 가리킨다. `저것은 많은 한을 남기고 전사한 `왜 일병`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며, 피아간의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는 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코미디 같은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 고 하니 문 소위는 `이 중사 아니면 누가 감히 부하대원의 한을 달래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미안합니다` 한다.

`소대장님은 지휘자인데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소대원들이 도착하여 고지 8부 능선까지 공격·돌진하니 고지 중간지점에서 방어하던 중공군이 고지상단으로 퇴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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