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산 정상에서 동북쪽 방향 650고지에 중대 방어전에 들어갔는데, 2소대는 암석중앙을 파서 4면이 암벽으로 견고하게 참호를 구축하여 방어임무를 수행하는데 3일 후 07:00경 포탄이 날아와 참호에 명중한다. 고지 아래 개활지로 들어오는 미군탱크가 적으로 오인하여 탱크포를 발사하는 것을 보고 아군표시대공표지판을 참호지붕 정면에 펼쳐놓자 사격이 중지된다. 견고하게 구축한 참호 덕분에 피해가 없었다.

(이때 유엔과 중국간의 휴전협상이 시작되어 연락장교들의 교섭이 이루어진다)

최전방 전초진지 수색·정찰임무를 부여받고 소대병력을 인솔, 전방으로 나가 지형지물을 이용, 낮은 고지에 방어진지를 구축 분대별로 산개하여 배치시켰다.

산 아래는 온통 감자밭이라 대원들이 짬을 이용, 주먹만한 감자를 캐서 삶아 먹는 맛이란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전초진지 경계근무 5일째 23:00경 3분대 정면 철조망을 넘는 중공군을 발견한 분대장이 수화를 하니 투항하여 대대 OP에 연락, 후송시켰다.

삼천봉 816고지로 이동, 방어진지 야간순찰 중 어린애 울음소리가 희귀하여 밤을 지새우고 06:00경 고지아래 1소대 방어구역인 개울가로 내려가 주위를 살펴보니 산 밑 토굴 속 맞은편 움막집에 할머니와 어린애를 안고 있는 부녀자가 보이는데, 전방 적진에서 요란한 총성이 들려 바라보니 보리밭에 피난민 5명이 보따리를 들고 골짜기로 달려오다가 물을 찾는다. 중공군의 행패가 무서워 새벽녘에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아침밥을 지어 시장기를 달래고 후방으로 피난할 것을 안내한 후 움막 안으로 들어가니 병색이 완연한 노파와 부녀자는 1소대장의 지시로 토굴 속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며, 소대 연락병이 보초로 지키고 있었다. 즉시 중대장에게 보고하여 후방으로 피난시키고 그 곳을 허물어버렸다.

며칠 후 공격명령이 하달되어 적근산 1,073m 고지를 탈환하고 북방으로 전진공격을 감행한다. 적진 깊숙이 투입된 우리중대는 최후의 발악을 하는 중공군 항전으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나의고향 출신 `김두호`하사는 결사의 각오로 1소대 정면의 적 토치카를 향해 급경사면을 기어올라 수류탄을 투척하고 적은 참호 밖으로 나와 수류탄을 던지면서 방어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중대장은 나를 돌아보며 2소대 정면에도 적의 교통호가 구축되어 있다.

중대장의 눈치를 알아차린 나는 주저하지 않고 옆 전우의 가슴에 찬 수류탄 2발을 낚아채어 총 5발의 수류탄을 갖고 일진돌격 단숨에 교통호의 적에게 투척, 살아서 발악하는 적 2명을 사살하고 1소대가 공격하는 토치카 통로로 치달아 앞을 보니 따발총 손에 들고 수류탄을 허리에 찬 2명의 적이 보인다.

황급히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발사함과 동시에 적군도 수류탄을 던지고 따발총을 난사하여 몸을 차폐, 급 동작 조준사격으로 사살하고 적 참호를 보니 1소대원은 전무하고 나 홀로 좌충우돌하는데, 중대장의 철수하라는 고함소리가 들리고 수신호가 보여 번개같이 내려와서 관통상을 당한 중대장 다리를 즉시 압박붕대로 응급처치한 후 대원이 부축·후송 시키고 30분이 경과하여 나머지 대원들과 아군 주저항선으로 철수, 익월 05:00에 남은 대원으로 재차 공격을 개시했다.

대대장이 DS-10무전기로 지시한 좌표, 공격목표지점 대기 장소에 도착하니 대원들 불만을 토로한다. “탄환, 수류탄, 식량도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공격하란 말인가? 육탄으로 어찌 저 많은 중공군을 쳐부수고 고지를 탈환하란 말인가!”

고지 상단의 적은 우리를 발견했는지 뭐라고 살라 거리며 손짓하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