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아이가 고인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죽어 돌이 될 노인과 아이

고인돌과 셋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는 죽어 어떤 돌을 남길까

죽어 몸에 얼마나 무거운 돌 얹혀야

부끄러운 생애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렇게 얼마를 살아야

끝내 돌 속으로 들어가

돌과 한몸이 될 수 있을까

`내 몸속의 지구`(2007).

고인돌 앞에서 노인과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고인돌은 죽음의 법칙으로 거기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 돌 속에 들어가 돌과 한 몸이 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그것은 영원을 지향하는 인간 근원의 욕망의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 전체에 흐르는 시인의 정신은 죽음의 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고, 부끄러운 생애가 용서받기를 원하고, 자연으로 겸손하게 돌아가고자 하는데 놓여있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