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선제골·박지성 쐐기골 1차전 그리스 2대0 완파 … 17일 2차전 자신감

그리스를 제물 삼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기분 좋은 첫 승리를 올린 축구대표팀 태극전사들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은 1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정수(가시마),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오는 17일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치르는 데, 이날 승리로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선수들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정해성 코치의 주도로 파이팅을 세 번 외치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아르헨티나와 일전을 위해 새롭게 각오도 다졌다.

선수들은 이날 완승을 이미 예감한 듯했다. 그리스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했고, 이날 그라운드에서 준비한 것을 다 풀어놓았다는 반응이다.

미드필더 이청용(볼턴)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리도 찬스를 만들어내고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분이 좋다”면서 “첫 경기에서 이겼고, 내용도 좋았다.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밝은 표정으로 “비기거나 진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선수들이 워낙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고 말한 그는 “평가전 때보다 오히려 더 쉬웠다. 생각보다 첫 골이 빨리 터져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우리도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아직 경기 비디오를 못 봐 실력이 궁금하다”면서 “오늘 경기는 이제 잊고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뛴 김정우(광주)는 “많이 준비해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그리스와 경기를 평가하고서 “그리스가 약한 팀이 아닌데 워낙 우리가 준비를 잘 해서 당황했을 것”이라면서 완승으로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공격수 박주영(모나코) 역시 “너무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 하나가 되려는 선수들의 다짐이 좋았다”면서 “실수도 조금 있었지만 협력 플레이가 좋았고 그리스를 많이 괴롭힐 수 있었다”며 경기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이어 “우리팀이 가진 것을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결과를 떠나 다 보여주고 싶다”며 강호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에서 후회 없는 한 판 승부를 예고했다.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는 “유럽 예선을 통과한 팀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오늘의 승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면서 “후배들이 첫 경기인데도 너무 대범하게 잘 해줬다. 이들이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 대해서는 “그리스전이 승점을 반드시 따야 하는 경기였다면 아르헨티나전은 승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경기”라면서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선전을 예고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을 대비해 지난 4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무적함대`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러 대등하게 맞서다 아쉽게 0-1로 졌다.

오른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뛴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오늘이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 기쁘다”면서 “하지만 어차피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이정수(가시마)도 “승리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만끽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준비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좋겠지만 비기더라도 16강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으니 버틸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다”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