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6명 모두 모터보트 1∼2급 면허 갖춰
5년째 안동댐 수면 폐그물 등 부유물질 수거

“저어기, 또 있다. 좌측 70m 전방에… 나침이 방향 좌현 45도 저속으로 전진하세요”

주말인 지난 12일, 마치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쪽빛 안동호 호계섬 인근에서 경쾌한 모터소리와 함께 고속으로 물살을 가르던 배 한척이 갑자기 서행 운항한다. 갑판위에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피던 `미르호`선장 권오경씨(51)의 우렁찬 명령(?)에 따라 배가 좌측으로 급선회, 천천히 목표지점으로 다다르자 갑판장 전상도(36)씨가 갈고리를 이용해 수면위로 둥실둥실 떠다니는 스티로폼 박스, 각종 PET병 등을 재빨리 건져 올린다.

바다에 세계적인 환경단체로 유명한`그린피스`가 있다면 안동호(湖)에는 환경지킴이 단체` 호사모`(호수사랑모임)가 있다.

모터보트 1~2급 면허를 모두 갖춘 회원 16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모임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안동댐 전역을 대상으로 수면위로 떠다니는 폐그물, 스티로폼, PET병 등 각종 부유물질을 수거한 지는 올해가 꼭 5년째.

이들의 모임은 특별하다. `호사모` 회원자격은 누구나 자연을 사랑하고 특히 호수를 사랑한다면 회원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부여된다. 물론 가장 기본인 선박 조정면허 취득은 전원 필수 사항이다.

일단 호사모 회원이 되면 가장 먼저 기본적인 수상 안전교육과 함께 매월 둘째 주말에 모여 선박 2척 중 1척당 5~6명씩 팀별로 승선해 안동호 전역을 순시, 낚시꾼들의 무분별한 오물투기 지도와 수면위의 부유물질 등을 수거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지금까지 모인 회원들은 회사원, 기업가, 세차업, 학원장, 간판업, 노동, 생선장수 등 각양각색의 직업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나이도 2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지만 승선과 동시에 나이와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대우가 부여된다. 회원들 중 유일하게 1급 조정면허를 소지하고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선박운항 경력을 쌓은 권오경씨가 선장역할을 하고 있다. 또 각종 엔진수리 전문가인 김성년(42)씨는 만년 기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감초 역할로 손색없는 여성 4인방 조정연(39·회사원) 권정희(36·프리랜서), 권용숙(33·회사원), 전은영(32·자영업)씨는 선박내부 청소담당과 오물 등 부유물질 분리부터 자루에 담는 일, 선상 취사 담당 등 각종 허드렛일을 맡았다.

이들이 보유한 선박은 FRP(강화플라스틱)로 구성된 90마력의 소형선박과 250마력 중형선박.

작업 내내 무뚝뚝하던 기관장 김성년씨는 “수면 부유물을 다 치우고 나서 육지에 도착해 깨끗해진 호수를 바라보며 혼자 웃다가 주위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받은 적이 자주 있었다”며 “특히 장마철에는 호수 상류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부유물들이 호수 곳곳에 유입돼 걱정이 태산이지만 `안동호의 그린피스` 호사모가 있질 않느냐”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권오경 호사모 회장은 “지난 1976년 축조된 안동호는 각종 오염물질로부터 몸살을 앓은 적이 많았지만 지속적인 관심 속에 수달 등과 함께 각종 철새들의 집단 서식지로 변모돼 이제 인공호수가 청정모습을 되찾고 있다”며 그저 흐뭇한 표정이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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