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편집국장
지난 겨울 서울에 있는 선배를 따라 한강변의 조그마한 카페를 찾은 적이 있다. 그 곳은 다름 아닌 `얼굴`이란 노래로 유명했던 가수 윤은선씨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였다.

그녀는 그 곳에서 아직도 열렬 팬들의 조용한 환호가 있으면 `얼굴`을 노래한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아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아름다운 가사처럼 그녀는 여전히 해맑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곤두선 신경으로 두달여를 보낸 어느날, 지인이 내게 말했다.

“원래 얼굴은 선한데 미간이 푹 패였네요. 얼굴은 자기가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거울 앞에 섰다.

내가 봐도 무섭게 변한 얼굴이었다. 심술이 그득했고 잔 주름 곳곳에 이해와 용서가 없다. 분노와 짜증, 불신이 위벽에 붙어 있는 고래회충같이 얼굴 피부를 넘나들며 꿈틀대고 있었다.

그간 내 얼굴을 보고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했을까. 그들에게 미안하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행복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특별한 DNA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명품 얼굴브랜드`에는 공통된 특별함도 있다.`명품 얼굴브랜드`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인생`이 표정으로 녹아 있는데, 뛰어난 노력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그의 열정과 철학이 어우러져 나오기에 그래서 특별한가 보다`-(박영실의 `행복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성공한 사람처럼 행동하라`중에서)

명품 얼굴 브랜드에는 그만의 아름다운 인생이 녹아 있다. 그래서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가 보다.

그런데 아름다운 얼굴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가꾸야 한다.

남의 것을 탐하고, 타인의 허물을 한없이 들춰내고, 오만과 멸시로 가득찬 마음이라면 나만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꾸어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얼굴과 육신의 치장은 요란한데 마음 가꿈에는 소홀한게 너와 내가 없다.

피곤한 육신에는 한없는 쉼을 요청하고 있지만 육신의 피로만큼이나 지친 마음에 나는 편히 쉴 것을 명한 적이 있었나. 아픈 마음에 약을 쓴 적은 있는가. 남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적은 없는가. 모두가 되돌아볼 일이다.

내 얼굴을 관리하고 내 마음을 살찌우고 격려하는 것은 비단 범부의 일만이 아닐 것이다.

6·2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당선자 낙선자 모두 육신이 피곤하고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다. 지친 마음의 속 깊은 곳에는 내 욕심을 이루지 못한 절망감, 경쟁자에 패한 분노, 주체하지 못하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이럴진대, 수신하지 못하고 치국할 수 있겠는가. 평천하는 가당찮은 말이다. 비단 목민관만 새겨야 할 일이 아니다. 지금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내 스스로를 반성할 일이다.

당 태종이 농경지를 시찰하다가 메뚜기 떼가 곡식을 갉아먹는 것을 보고 메뚜기를 잡아 씹어 먹었다.

“폐하, 병이 날까 두렵습니다”라고 신하들이 만류하자 태종은 “백성이 식량으로 목숨을 보전하는데 너희가 짐의 마음을 갉아먹을지언정 백성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했다.

내 마음이 짓무르더라도 남의 마음을 갉아먹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필부의 삶도 다름없다.

`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네. 어허, 수염발이 희끗거리네. 키는 작년과 다름 없는데, 얼굴은 해마다 달라지는군. 그래도 설날은 어려만 지네`

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며 쓴 연암 박지원의 글 `원조대경(元朝對鏡)`이다.

유심(稚心)은 초심(初心)이다. 모두가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다듬고, 그 거울속에서 내 마음도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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