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 포항 김형일
대표팀 발탁 후 계속 호출

지난해 11월 7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챔피언시리즈 결승전.

후반 12분 노병준의 프리킥 선제골로 아슬아슬하게 리더를 지켜가던 후반 21분, 김재성의 프리킥을 돌고래처럼 솟구치며 헤딩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무릎을 꿇은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있었다.

포항스틸러스 중앙수비수 김형일(26). 불과 일주일전 아버지 장례식를 치렀다. 하지만 팀이 가장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미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팀에 합류, 일본 원정길에 나섰고 끝내 아시아챔피언을 확정하는 골을 아버지 영전에 바쳤다.

김형일은 축구 명문 부평중-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를 졸업했지만 프로에 입문하기 전까지 청소년대표팀 언저리도 기웃하지 못했을 만큼 철저한 무명이었다.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4순위로 대전 시티즌에서 입단, 프로축구를 시작했다. 2008년 포항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국가대표 최종 시험에서 탈락한 황재원과 함께 포항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팀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포항은 챔피언스리그 전 경기(12경기)에서 9실점만 허용했다. 경기당 채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벽을 구축, `아시아 최강 수비 듀오`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버밍엄시티와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에서 영입을 추진했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2009년 5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형일은 지금까지 단 한번의 낙오도 없이 대표팀의 호출을 받았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확정할 때까지 여러차례 대표팀 평가전를 통해 포지션별 평가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김형일은 한번도 평가전에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 중 평가시험 없이 발탁된 유일한 선수다. 그 만큼 중앙수비수로서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87cm, 83kg의 탄탄한 체격은 수비수로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큰 체격과 강인한 인상과는 달리 그라운드 밖에서는 바른 생활 청년으로 통한다. 항상 예의 바르고 착한 인성을 겸비했다. 언론사 인터뷰 자리에 서면 구단에 대한 감사와 팀동료들에 대한 칭찬을 먼저한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자세가 몸에 베어 있다. 김태만 포항스틸러스 사장은 공사석에서 김형일 선수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요즘에 보기 드물게 바른 인성을 가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착한 인성을 가진 김형일도 그라운드에 서면 와일드한 파이터형 수비수로 돌변한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와일드한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를 주눅들게 한다. 유럽 선수를 상대할 만한 힘과 높이, 정교한 태클 능력을 바탕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근성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테크닉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어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 자리를 확보하기까지 다소 힘이 부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위기 상황에 놓일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선수로 지목되고 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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