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승점 5점 돼야 원정 첫 16강 진출 안정권

7회 연속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 초대된 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원정 대회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유쾌한 도전`에 나선다.

그 시작은 오는 12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그리스와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이다.

1954년 스위스 대회 때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는 7회 연속(통산 8회)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도 썼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 치른 대회에서는 아직 조별리그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리 나쁜 조 편성만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이 16강 진출의 호기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월드컵에서 번번이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아온 유럽 팀을 한 팀만 만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유럽 팀을 하나만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강에 오르려면 조별리그에서 승점 5점 이상은 올려놓아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2승 또는 최소 1승2무승부를 거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으로서는 아르헨티나와 수준 차를 인정하고,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특히 그리스와 첫 판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국이 2002년 대회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데에도 폴란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거둔 2-0 완승이 밑거름이었다.

그리스는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이 강점이지만, 이번 월드컵 본선에 오른 유럽 팀 중 그나마 약체로 분류할 수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다.

그리스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후 세 차례 친선경기에서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허 감독은 그리스가 북한, 파라과이와 치른 최근 두 차례 평가전을 직접 관전했다.

장신 선수들이 많아 제공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고, 세트피스에서도 위협적이었지만 민첩성이 떨어지는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파고든다면 그리스의 골망을 충분히 흔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6년 전 유럽 챔피언에 오를 때 보여줬던 수비 조직력도 아직 덜 갖춰진 모습이었다.

그리스 역시 한국과 첫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최근 평가전에서는 포백 수비라인을 가동하며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실험했는데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허정무호가 그리스를 꺾으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을 쌓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와 맞대결을 통해 충분히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에도 역대 2승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그리스에 패하기라도 한다면 아르헨티나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르고 나서 16강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

한국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도전의 성패는 오는 12일 그리스와 운명의 첫 판에서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