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는 자는 안개도 짐이 된다

길 위에 서는 자는 이슬도 짐이 된다

누더기, 누더기

되새김질할 틈이 없다

덧꿰맨 흉터가 또 터진다

상처는 가만두어도 비집고 나오는 것이니

저 파도 검센 흙바다를 언제 건너나

해를 등짐 지고 나온 바람이

길게 그를 눕혔다

`은근 살짝`(2006)

길 위에서는 안개도 이슬도 짐이 된다고 말하는 시인의 삶에 대한 인식이 무겁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럴지 모른다. 가만 두어도 상처가 비집고 나오듯 우리네 한 생이 힘겹고 무거운 것을 말하는 시인은 저 파도 검센 흙바다 같은 한 생을 언제 건너느냐고 자문하고 있다.

가만히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울림을 가지고 있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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