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에는

슬픔이 누워 있을까 기쁨이 앉아 있을까

알 수 없는 세상의 안부를 물으며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파도

너의 그 질긴 흐느낌의 목소리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다

숙명처럼 밀려드는 비애

눈물로 그어대는 수평선의

저 청람빛 고요

손을 내밀어 보아도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거리

파도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부대껴야

바위 단단한 가슴에 안길 수 있을까

그래 사랑이란

영원한 시지푸스의 형벌임을

`내가 길이었으면`(2005)

끝없이 물결쳐 오는 동해를 바라보며 시인은 숙명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느끼며 또한 잔잔한 수평선의 청람빛 고요를 바라보며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영원한 시지푸스의 형벌 같은 사랑을 부르고 있다. 우리네 한 생의 갈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숙명같이 밀려오는 슬픔을 안고 형벌 같이 와 닿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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