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전전할 때 여유롭게 독서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활동을 하는데도 학력수준은 세계 최고인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시험을 친 뒤 몇 등인지를 학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개개인의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만 알려준다. 시험을 칠 때 답을 틀리게 쓰면 선생님이 더 생각해 보라고 하고, 답을 직접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답을 찾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핀란드의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학생 위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시험도 우리나라처럼 서로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이해를 돕기 위한 과정으로 실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방법을 가르쳐주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 보다는 철저하게 과정 중심의 교육인 것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학생들을 나가 놀라고 교실 밖으로 쫓아낸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사회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지식과 기능이 있는지를 3년 주기로 테스트하는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Assessment)에서 2009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는 읽기와 과학적 소양에서 40개국 중 1위, 수학적 소양과 문제해결능력은 2위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문제해결능력 1위, 읽기 2위, 수학적 소양 3위, 과학적 소양은 4위를 기록했다.

결과로만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정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부 시간을 따져보았을 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핀란드 학생들 보다 2배나 더 많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박종일의 2009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 정도는 100점을 평균으로 했을 때 71.6점으로 비교 국가 20개국 중 20위에 머물렀다. 한 마디로 공부에 찌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 방송된 『열다섯 살 꿈의 교실』에서는 같은 또래의 핀란드 학생과 한국 학생의 공부하는 모습이 비교되었다. 다른 사람 보다 더 잘 하기 위해 레드오션red ocean의 피나는 경쟁을 하는 우리 아이들에 비해 철저하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하는 핀란드의 학생들이 훨씬 밝아 보였고, 창의성이 개발될 여지가 훨씬 많아 보였다.

핀란드에서는 여유 있게 학교생활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에 소개한 TV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한 학생의 말이 우리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꿈이요? 꿈은 없어요.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저 대학가는 것이 급할 뿐이에요.

대학에 가면 꿈이란 게 생기겠죠.”

창의성 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결과 중심으로 숨 가쁘게 몰아가는 우리의 교육과 과정 중심으로 여유 있게 나아가는 핀란드의 교육은 큰 차이가 있다. PISA의 시험 결과가 좋다고 마냥 만족해 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창의성만을 강조하지 않고 창의와 인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은 배려와 나눔의 정신 속에서 비로소 창의력이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학생 상호간에 불꽃 튀는 경쟁은 없고 타인을 배려하면서 세계 1위이 학력을 유지하는 핀란드의 교육은 우리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핀란드의 교육이 우리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평가 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의 평가는 `재는 평가`이지만 핀란드의 평가는 `기르는 평가`이다. 우리가 `누가누가 잘 하나?`를 평가하여 잘 하는 학생이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펼 때 핀란드는 한 명이라도 낙오자가 없게 하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데 목표를 둔다. 똑같은 평가라도 지향점이 다른 것이다.

다음은 질적인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학습의 양이 너무 많다. 과목도 많고, 공부 시간도 많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공부가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다. 핀란드는 교육의 질을 생각하고 좀 느리더라도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진로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한다.

핀란드가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행복해지도록 배려하는 소박한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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