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용한주이진상기념사업회 이사
6·2 지방 동시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주인인 시민이 각자의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한부 대표자를 선택하는 날이다. 즉 주인의 정책과 같고, 그 정책을 잘 실천할 머슴을 뽑는 날로 생각하면 된다.

조선중기의 학자인 성여신(成汝信, 1546~1632) 선생은 부사집(浮査集)의 성성재잠(惺惺齋箴)에서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면 집이 광채가 나고, 주인이 주인 노릇을 못하면 집이 잡초로 덮인다(主而爲主光生門戶 主而失主茅塞堂宇)”라고 말했다.

이 글은 선생이 아들의 나태함을 일깨우기 위해 지어준 잠(箴)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아들이 기상도 있고, 국량도 커서 제법 큰 인물이 될 그릇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차 의지가 약해지고, 기운이 빠지더니만 어느덧 게으름뱅이가 되고 말았다. 썩은 나무에는 아무것도 새길 수 없다고 성인도 말씀하셨으니,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는 아들이 공부에 정진하겠다는 뜻을 아버지에게 고하는 것이었다. 선생은 너무 기뻐서 아들에게 시문을 지을 공책을 만들어 주고, 성성재사고(惺惺齋私蒿)라고 책제를 달아주고는 위와 같은 잠을 지어 면려하였다 한다.

이 잠에서 말한 주인은 바로 마음과 경(敬)이다. 마음은 몸의 주인이고, 경은 마음의 주인이다. 몸과 마음에 주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모든 일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의 자리를 지키는 방도는 오직 정신이 항상 맑게 깨어 있는 것 이라고 선생은 강조했다.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실로 나태함을 고치는 약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 시민들도 6월2일에 대표자를 선택하는 만큼 냉철하게 정신 차리고, 깨어있어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선거(選擧)란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이기에 잘 뽑아야 한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를 8번해야 하므로 복잡하고 어려우며, 출마자가 누군지 정보도 어둡다. 길거리의 게시판과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선택해야 한다. 막바지가 다가오니 혼탁해지고, 스피커 소리에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유권자는 주인노릇을 단단히 해야 한다.

뽑아주고 후회 말고, 뽑기 전에 잘 판단해야 한다. 출마자는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 무슨 개선장군처럼 마이크잡고, 소리 지르기보다는 대표자로서 양식을 갖고 유권자를 설득해야하며 정책선거로 유권자를 유혹해야 한다.

정책선거란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임기 중에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말한다. 즉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시기, 예산확보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으로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선자가 임기 동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평가해 다음 선거 때 지지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시민들은 정책이 뚜렷하고, 비전이 있으며 참신하고, 부정부패에 물들지 아니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에는 꼭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해서 정책이 없는 후보는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주인 의식으로 당당함을 보여줘야 한다.

주인이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바른 정치가 되니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이날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느냐 후퇴하느냐가 달려 있기에 눈을 바로 뜨고, 바로 뽑아야 한다.

민주주의 수준은 시민의 수준이다. 뽑고 난 후에 후회하지 말고, 뽑기 전에 다시 생각해서 풍요롭고 살기 좋은 지방정부를 구성하자.

투표는 꼭 해야 하며,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꼭 투표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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