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하나 못 구해

문 한 짝 열린 날 있었지

낫 한 자루 없어서

풀잎에 손 벤 적 있었지

제철소 지나는 길에

차 소리로 귀만 뜯겼지

바다를 메우고

산을 다 허무는 쇠토막

보이는 눈빛마다

신경통이 도지는

나무가 못이 되고 낫이 되던

그 햇살에게 말도 못 했네

`꿈꾸는 섬`(2005)

시인의 현실인식이 다분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다. 시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세계는 무엇일까. 이 시에서 딱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문명의 발달로 편리하고 안락하고 풍족한 세계를 지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귀 따가운 자동차 경적소리, 대못, 쇠토막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세계는 결국 자연스러움을 파괴하고 불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 문명의 차가운 모습과 성질을 시인은 냉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