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객원 논설위원·문화중고 총동창회장
출생의 비밀과 뒤틀려진 삶이 삼· 사각관계로 설정되는 꼬이고 꼬인 인간관계와 폭력· 선정성 등이 단골 소재가 되는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은 대부분 할아버지· 손녀 등 3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황금시간대다. 이런 평화롭고 행복한 자리에 불륜· 탈선을 소재로 한 저질 극이 파고드니 강도나 도둑의 침범과 뭐가 다른가.

방송사와 제작회사, 작가가 시청률을 담보로 100% 광고판매를 노린 음험한 공모가 이루어지는 순간 최대 피해자는 텔레비전을 떠나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다. 국내에서 TV드라마 작가로 최고명성을 얻고 있는 김수현 작가마저 이런 드라마의 흥행에 고개를 흔들 정도다.

빙의를 소재한 방송물 역시 황당한 면에서는 첫째다. 빙의는 영혼이 사람의 몸에 옮아 붙는 현상을 말하고 엑소시스트(Exorcist` 퇴마사)는 이런 영혼을 몸 밖으로 내쫓는 이를 말한다.

엑소시스트 이야기는 영화와 소설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통해 끊임없이 회자돼 왔지만 선정성과 조작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국내에서는 2년 전부터 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을 타기 시작했는데 케이블채널로선 대박에 속하는 1%이상의 시청률이어서 이 프로를 내리지 못한다. 어디까지가 조작이고 실제일까라는 의문은 여전하고.

여기에다 포르노에 가까운 선정성· 폭력물로 미화된 미드(미국 드라마)가 철저하게 덧칠을 한다.

지난 21일에 종영, 재방영을 남겨둔 국내 한 케이블TV의 `스파르타쿠스`는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이 문제였으나 케이블 영화채널로서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광고 대박을 이끌어 냈으니 가위질을 최대한 아낀 원작을 틀수밖에 없었을 것.

이미드에는 지상파 방송 교양 프로그램을 능가할 만큼 광고가 붙었다.

영화 시작과 끝 광고 분량도 엄청났지만 1분짜리 중간 광고도 시청자가 짜증스러워할 만큼 4~6개씩의 CF로 채워졌으며 재방, 삼방에도 중간광고가 팔렸을 정도였다.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 노예들의 반란을 그린 이 드라마의 성애 묘사는 포르노에 가깝다. 낮 뜨거운 장면은 예사로 되풀이 됐고 어느 회는 드라마 도입부분 부터 변태적인 성행위가 등장하고 피와 살점이 튀는 잔인한 액션이 쉼 없다.

미드의 인기 비결은 `튜더스` `롬` 등 기존 미드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에 있다. 미드는 1990년대 말에 상륙한 시트콤 `프렌즈`로 부터며 `섹스앤더시티` `위기의 주부` 수사드라마 등으로 계보를 이어 갔다.

문제는 방영 시간대 편성에 있다. 스파르타 쿠스의 경우 본방은 금요일 밤 12시부터나 재방은 금· 일· 화요일 밤 10시다. 물론 19세 이하 시청 금지표시는 뜨나 이런 조치는 있으나마나다. 19세 등급 표시 외에 어린이를 보호할 마땅한 수단이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시간대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빼닮아 간다고 한다. 미국의 어린이들마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략 8,000회의 살인과 10만 번쯤의 폭력행위를 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라고 해서 예외일수 있을까.

그 실체의 대부분이 텔레비전을 통해서다. 우리 아이들은 물론 성인사회에서도 평소자극적인 영상물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으며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결국 이런 드라마나 제작물은 당국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드러난 만큼 `TV안보기모임`같은 시청자· 시민단체가 나서야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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