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희포항여성회장
5월의 햇살을 닮은 미소를 가진 이가 있다. 그녀가 화사하게 미소 지을 때면 눈이 부셔 절로 웃음이 인다. 화려한 외모와 선한 심성, 남다른 인내심으로 모진 시집살이와 결혼살이를 이겨낸 그녀가 내게는 답답하기도 또 안타깝기도 하다. 내 엄마가 살아온 삶의 모습은 내게 있어 인내와 선함의 대명사이다. 모진 삶의 굴곡을 넘어오면서도 그 화사한 미소를 잃지 않고 간직한 그녀의 미소가 처연하다. 여성들에게 어머니의 삶은 그처럼 살아야겠다는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하며 때로 그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역기능적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한다.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릿한 상처로 남기도 하며 아들에 비해 대접받지 못해 원망스러운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이름 앞에 한없이 숙연해지며 모성의 위대함을 뇌이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에게 있어 어머니는 훨씬 현실에 가깝다. 여성들에게 어머니의 의미와 남성들에게 어머니의 의미는 현실과 이상의 거리만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근대화와 현대화, 산업화와 도시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한 우리에게 지난 몇 십년의 세월은 같은 상황, 다른 기억과 의미로 기억되기도 한다. 세대간의 격차가 상당히 큰 것도 우리 사회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이뤄내야 했던 산업화와 현대화의 과제는 그 세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희생과 인내를 강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별히 여성들에게 있어 그 시기는 절대적으로 제한된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여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살림을 꾸려야 했던 시기였으리라. 하여 교육을 비롯한 기회와 투자, 자원의 분배에 있어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기회가 우선했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이는 여성들에게 기회로부터의 소외와 사회로부터의 소외 현상을 낳게 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의 세월 동안 여성계의 활동을 토대로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 확대와 지위 향상과 제도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특별히 정치적으로 여성의 대표성 재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성의 정치 진출을 확대하는 발판이 되었으며, 각 정당은 이를 전향적으로 도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도가 앞선다 한들 정치인들과 우리들 속에 잠재된 성차별적 인식을 바꿔내지 않는 한 여성들의 삶의 질을 전향적으로 높여낼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18일 한나라당 인터넷 누리집에 올려진 지방선거 홍보 동영상은 여성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으로 제작 유포되어 많은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여자들은 쥐뿔 아는 것도 없다,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하는 무식한 여자, 후보를 선택함에 있어 공약보다는 외모를 기준으로 뽑는다” 등의 표현을 함에 망설임이 없었다. 케이블 TV에서 인기를 누렸던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 롤러코스터`를 패러디한 이 동영상 `선거탐구생활`은 여성계의 반발이 일자 게재한지 이틀만에 한나라당의 누리집에서 내려지게 되었다. 여성유권자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 홍보 동영상이 공당이며 집권여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작, 유포되었던 만큼 여성유권자들에 대한 사과가 우선했어야 함에도 한나라당의 사과 발언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2010 지방선거가 각 후보와 정당간의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과 전망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 되어야 함에 이의 없다. 그러나, 무릇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시민의 정치적 대표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국민들에 대한 경외심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이번 사건은 국회 의석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집권여당이 세상의 절반 여성유권자들에 대해 노골적이며 공개적으로 모욕한 사건에 다름 아니다. 더불어 한나라당처럼 여성유권자들을 정치에 무식한 계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당에게서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가볍게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만큼 허황할 수 있음을 여성유권자들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쥐뿔도 모른다는 그 여성유권자들의 정치적 안목과 저력을 보여줄 때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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