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문학동네 刊, 1만1500원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 네 개의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그런 작품이 될 거 같아요. 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마 한 이야기가 한 이야기를 찾아서 계속 가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구요. 어떤 시기를 통과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옆에 두고 한 번 친구같이 읽어보고 싶은 그런 작품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소설가 신경숙(47)씨가 일곱 번째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간)를 펴냈다.

현재까지 145만 부가 팔린 장편 `엄마를 부탁해`(2008) 이후 신씨가 1년 반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연재한 뒤 5개월 간의 대대적 퇴고 과정을 거쳤다는 이 소설은 저마다 어두운 기억을 지닌 20대 남녀들의 사랑과 방황을 신씨 특유의 감성적 필치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시간은 혼돈과 방황, 좌절로 점철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시절을 거쳐왔기에 내가 20대 때 가졌던 수많은 고민과 지금 젊은이들의 시간을 겹쳐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 시간을 통과해오는 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이라고 쓴 것처럼 그는 청춘의 이야기를 어둠에서 사랑 쪽으로 이끌고자 애썼다.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8년 만에 걸려온 전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캠퍼스에서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지나간 사랑과 아픔의 시간을 더듬는다.

소설에는 청춘의 정점에 선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 정윤과 대학 친구인 명서, 명서의 어린 시절 친구 미루, 정윤의 고향 친구 단이다. 이들은 애틋함, 연대와 유대감, 그리움과 불안 등 여러 감수성의 끈으로 단단히 엮여 있다.

주된 배경은 낭만이 가득한 대학 캠퍼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불의의 사고로, 짊어지기 힘든 고통 때문에 스러지면서 남은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대학생들의 가두시위, 사회현실과 수업 현장의 괴리감 등은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언저리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시대상에 관한 구체적 정황이나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래서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것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사랑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을 향한 나의 이 발신음이 어디에 이를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울한 사회풍경과 시간을 뚫고 나아가서 서로에게 어떻게 불멸의 풍경으로 각인되는지를 따라가보았다. 가능한 시대를 지우고 현대 문명기기의 등장을 막으며 마음이 아닌 다른 소통기구들을 배제하고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로 하여금 걷고 쓰고 읽는 일들과 자주 대면시켰다. 풍속이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가도 인간 조건의 근원으로 걷고 쓰고 읽는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품 안에서 나는 작품 바깥에서 글쓰기를 했던 셈이다. (…) 작품 속의 그들 또한 글쓰기 앞에서 뭔가에 벅차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느꼈던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여기에 부려놓고 이제 나는 다른 시간 속으로 건너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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