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개인재산을 털거나 급여를 쪼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제자들한테 장학금을 제공하는 사례가 확산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서울 대학가에 따르면 동문 교수들이 수당의 일정액을 기부하거나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남몰래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학 총장도 있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진지한 대화조차 꺼리던 과거의 권위주의 행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제자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2006년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의 장학금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 총장이 내놓은 장학금은 저소득층이나 몽골 등 개발도상국 출신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학비로 쓰였다. 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길 원하지 않아 지금껏 비밀로 해 왔다.”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교수들이 매월 보직 수당의 30%를 장학금으로 내놓는 ‘제자사랑 장학금’을 올해 만들었다.

 이 학교 교수 50여 명이 참여해 이미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3천100만원을 적립했다.

 동국대는 “교수들이 지난 2월 교무회의에서 제자들을 위해 장학금을 자발적으로 걷기로 했다. 12개월 동안 장학금을 적립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모범생에게 지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에는 교수들이 주축으로 만든 장학금이 무려 3개나 된다.

 성균관대 출신 교수들의 모임인 ‘벽송회’는 학부장 추천을 받아 학기마다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 2명에게 300만원을 지급해 왔다. 이 장학금은 1990년부터 시행돼 올해 20년째를 맞았다.

 1990년대 작고한 최용식 교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성균관대에 5천만원을 기부했다. 여기에 최 교수의 미망인은 기부금을 더 보태 3,4학년생을 대상으로 1995년부터 1년에 2명에게 25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성균관대에는 또 교비 장학금이 지급되면 담당 지도교수가 별도 출연금을 보태는 ‘대응 심산장학금’도 있다.

 대학자체평가에서 1등을 한 성균관대 토목공학과의 한 교수는 상금 400만원 전액을 학과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부친상을 당한 한 교수가 조의금 전부를 장학금으로 내놓은 적도 있다.

 1970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후학을 양성하고자 고려대 교수들이 설립한 ‘고려대 석림회’는 매년 평균 11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정도로 큰 규모의 장학재단 가운데 하나다.

 ‘석림회’에는 현재 교수 994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장학생은 각 단과대학 운영위원회 교수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거쳐 결정되며 2010학년도 1학기에는 장학생 47명이 1인당 200만원을 받았다.

 대학가에서 나눔의 사제관계가 확산한 것은 스승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봉현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스승이 교실에서 제자들을 잘 가르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해 주는 게 진정한 제자 사랑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직원은 “수년간 지속된 경제 불황의 여파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교수들의 기부 확산 분위기는 이럴 때 제자를 도와야 한다는 스승으로서 책임의식에서 형성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