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까무잡잡한 것들만 보면

누이야, 나도 모르게 널 생각하며

온종일 마포 강변에서 서성이고 싶었다

육삼빌딩 아래 마포 선착장 강변길

저러이 말갛게 떠가는 몇 생의 흔적들이

오늘따라 왜 그리 서운한지

스무 살 적 오월에 병풍 쳤을 목숨이었다

마흔하고도 몇 살까지 뒤뚱대며 달려와

이제 어느 길모퉁이로 들어서고자

핏발 서린 눈으로 쓸쓸히 미소 짓는가

돌아보면 사납고 모질었던 옛 그림자였다

아무렴, 나도 이만큼 살았으니

그래도 한세상 잘 놀다 가는 거다

`당산철교 위에서`(2006)

저무는 마포 강변에서 시인은 자신이 건너온 사납고 모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고 있다. 1980년 광주를 떠올리며, 그 격랑의 세월을 뜨겁게 살아온, 함께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있다. 핏발서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온 시간들과 쓸쓸히 미소 짓는 마음이 이제는 그래도 한 세상 잘 놀다가는 것이라고 토로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착잡하고 쓸쓸함에 젖어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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