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차림 40~50대 남성 포항 동해면서 도주 행방묘연
신분확인 증거 확보조차 못해
바닷가에 사체 유기하러 온듯

경북 구미에서 실종된 뒤 포항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살해 용의자<본지 5월11일자 4면 보도>가 산속으로 도주한지 이틀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의 신분을 확정지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 할수 없게 됐다.

경찰은 현재 `검은 옷을 입은 40~50대 남성이 차 문까지 열어둔 채 뒤편 야산으로 급히 뛰어갔다`는 당시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포항남·북부 200여명의 경력과 경찰견 2마리를 동원, 야산을 포위하고 구미·광역수사대·포항지역 경찰 500여명이 함께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살해된 피해자 정모(38·여)씨는 발견 당시 손발이 줄에 묶인 상태로 들판에 끌고 다닌 듯 흙과 풀 등도 묻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사인과 관련, 목에 끈으로 조른 듯한 상흔이 남아 있어 이를 토대로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확인 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정씨의 이웃 주민들 진술을 토대로 인근에 거주하는 A씨(46·구미)를 유력 용의자로 선정했지만, A씨가 11일 현재 구미시 자신의 집에서 발견됨에 따라 수사에 혼선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날 수사점검을 위해 포항남부경찰서를 찾은 김병철 경북지방경찰청장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 발견 후 바로 포위망을 펼쳤으니 조만간 용의자를 붙잡아 추궁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수색기간이 길어지면 광역수사대 등 가용인원을 모두 동원해 동해면 석리에서 마산리와 인근 대보면까지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 행방 `오리무중`

경찰은 정씨의 SM3 차량과 사체 등을 감식했지만, 아직 용의자 신분을 확정 지을만한 증거를 확보치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살해 후 차량의 모든 지문을 지우고,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운전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체의 온기나 사후경직 등으로 미뤄 9일 저녁이나 10일 새벽께 이미 살해된 뒤 옮겨졌던 것 같다. 아마 포항의 바닷가에서 사체를 유기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용의자의 신분이 불명확 상태에서 수색 또한 만 하루를 넘어가자, 경찰은 용의자가 포위망을 뚫고 이미 도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은 한동안 수색을 이어가는 동시에 피해자 정씨의 주소지인 구미시 송곡면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여 나갈 계획이다.

△실종당시 상황

9일 실종 당시 정씨는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던 중 갑자기 집을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반바지 등 단출한 차림이었으며, 휴대폰도 가져가지 않은 상태였다. 정씨의 어머니는 경찰 진술에서 “식당 일을 위해 내가 외출할 때까지 컴퓨터를 하고 있었으며, 9시께 별다른 말도 없이 식당 앞에 있던 차를 몰고 나갔다”고 말했다.

딸의 귀가가 늦어지자 정씨의 어머니는 10일 오전 0시16분께 구미시 해평면 낙성리 해평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정씨의 행방은 자신의 집에서 수㎞ 떨어진 칠곡의 한 주유소에서 신용카드 전표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고, 곧바로 이 주유소에서 정씨의 신용카드가 사용된 점을 수상히 여겨 각 지역 경찰서 연합으로 실종자 수색을 시작했다. 13시간 정도가 지난 10일 오후 4시40분께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주유소에서 정씨의 신용카드가 다시 사용되자, 경찰은 정씨가 납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인근 CCTV를 확인하는 한편, 예상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순찰인원을 집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호미곶과 동해 등지에서 출발한 순찰차량이 마주오던 정씨의 차량 번호를 확인, 포위망을 좁혀갔다. 정씨의 차량은 최초 발견한 순찰차량이 곧 바로 유턴을 하지 못해 잠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오후 5시께 다시 동해면 초입에서 발견됐다. 이후 10여분간의 추격전 끝에 용의자는 순찰차를 피해 동해면 석리의 아파트 주차장까지 도피하다 차량을 버리고 산속으로 달아났다.

/이승호·신동우·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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