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지붕은 푸르다. 나는 시간을 벗어버리고 커피나 한 잔, 에스프레소 진한 맛을 오래오래 음미한다. 갈매기들이 다시 바닷가로 아주 느리게 날아가는 소리, 새들도 나처럼 야행성일까. 그들이 창문을 스쳐지나가다 긁힌 자국을 숨죽이며 바라본다. 내가 음악을 다 듣는 동안 열어놓은 반달 같은 쪽문으로 세찬 바람도 함께 들어왔다 나간다. 벼랑 위의 집 아래엔 텅 빈 바다가 언제나처럼 음악소리로 은은히 펼치지고는 한다….(시의 일부분 인용)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2005)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다언덕의 찻집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음악을 듣고 있는 풍경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이 평온한 풍경 속으로 흐르는 음악은 무엇일까. 음악의 기본 질료는 소리다. 소리는 스침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면 살아있다 라는 표현은 스침의 연속이라할 수 있다. 비록 그 스침이 무생물들 간의 물리적 어떤 힘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살아있다 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음악을 듣는 것은 바로 그 스침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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