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순구 / 대구지방조달청장
우리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예술 가운데에 정크 아트(Junk Art)라는 것이 있다. 정크 아트는 쓰고 나서 버려지는 폐품이나 잡동사니들을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을 말한다. 그 기원은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캔버스에 천조각과 누더기, 찢긴 사진, 기타 버려진 것들을 결합(combines)시킨 회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정크 아트는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자원 보존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미 유용하게 사용했던 사물들을 재활용함으로써 녹색 환경의 개념도 강조하고 있다.

정크아트가 버려지는 물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행정기관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물품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유익한 일을 하는 곳이 있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정부물품재활용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책상, 소파 등 사무용품은 물론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부터 관용차량이나 중장비까지….` 관공서에서 제 몫을 다한 물품을 회수해 일반에 싸게 파는 `대구 정부물품재활용센터`는 비용절감과 환경보호, 고용창출이라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구지방조달청은 지난 2000년부터 정부기관에서 사용연한이 지나거나 고장 또는 수리비가 많이 들어 불용 처분되는 물품을 무상으로 인수해, 수리와 점검을 마친 후 일반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부물품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한 물품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기업체와 금융기관 등에서 배출된 사무용 가구와 집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시중 중고가격 보다 5~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버리려면 폐기물스티커를 구입한 뒤 폐기해야 하지만 이 센터에 미리 연락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경우 무상으로 가져간다.

`대구정부물품재활용센터`는 조달청이 전국 8개 지역 재활용센터를 대상으로 2009년 실시한 재활용실적 평가에서 재활용비율, 수집증가율 등 모든 항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이끌어내면서 물품재활용센터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일반인들의 인기를 끌면서 판매금액이 2006년도에 1억원(수량 2천792점)에서 2009년에는 4억4천만원 (수량 7천29점)으로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쓰레기를 수집해서 무얼 할거냐` 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앞장서서 자원절약과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국가물품 중 사용연한이 지난 `불용품(不用品)`을 체계적으로 처분해 국가예산의 효율적 활용에 도움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뚜렷이 회복되어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7.8%를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반면에 원유, 철광석,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이라는 우려의 소식도 들리고 있다.

생활과 산업에 꼭 필요한 자재들의 가격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의 요인이 되어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생의 기지개를 펴는 우리나라 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들 중 하나로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을 기대해본다. 우리 주변의 불용품들을 정크아트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는 손쉬운 길은 바로 재활용을 통한 순환인 것이다.

자원재활용 사업은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자재가격 급등이 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키지 않도록 근검절약과 함께 재활용의 실천에 다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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