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고료의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성순(34)씨의 장편소설 `컨설턴트`(은행나무 간)는 세계일보가 주관한 1억원 고료의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지난 1월 선정된 작품이다.

`컨설턴트`는 소설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담보한 것이 미덕이다. 1인칭 시점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며 거기에 속한 구성원은 무력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완벽한 살인을 하기 위해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조장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는 평을 들었다.

주인공은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을 연쇄적으로 계획, 그런 불행이 쌓여 결국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회사`를 통해 암살 청탁을 받는다.

`컨설턴트`는 상식적이지 않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약자에게 벌어지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영화판에서 기량을 다진 작가의 내공이 녹아들어 마치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까지 갖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회사의 심벌은 이 작품의 총체적 상징이다. 다이아몬드를 두 개의 삼각형이 받치고 있는 모양은 구조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음을 뜻한다. 구조는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오직 효용가치가 없어진 구성원들만 자연히 소멸될 뿐이다. `컨설턴트`는 `킬러`인 주인공을 내세워 이러한 구조와 개인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암살 청탁을 받은 회사는 주인공에게 `킬링 시나리오`를 의뢰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물을 `티 안 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해 암살한다. 주인공의 명함에 적힌 직업은 `컨설턴트`이다. 죽음도 일종의 구조조정인 것이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종착지는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흔히 변명하는 `어쩔 수 없다`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소설에서 킬러를 고용하는 건 `회사`인데, 회사란 정체는 불명한 이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시니컬한 유머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웃고 있으며, 작품에 사용된 추리적 기법은 사회적 성찰을 위한 장치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이 누리는 것의 정당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게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완벽한 죽음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법의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신문의 부고란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인공이 쓰는 킬링 시나리오가 액자소설로 등장하면서 커다란 서사 속에서 잘 짜인 또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단순히 말초적인 재미만을 주기 위해 이 작품이 쓰였다면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소설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컨설턴트`에는 콩고와 마운틴고릴라, `동물의 왕국`등의 키워드가 반복된다. 이것은 자본주의 속에서 일반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알레고리에 대한 일종의 암시이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무심히 넘긴 것들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인류의 기아와 살상 등을 불러일으킨다는 무시무시한 상상-혹은 현실-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말 속에 진실을 은폐해버리는 현대인을 각성시킨다. 이것은 작품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커다란 함의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임성순 장편 `컨설턴트` 출간

은행나무 刊, 296페이지, 1만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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