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2008)

우리 한 생의 노정 속에는 견디기 힘든 고비가 앞에 가로놓일 때가 있다. 그것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를 때가 있다. 어떡해야할지, 도대체 어찌해야할이지 깊은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시인은 그런 우리에게 길을 내밀고 있다. 붉은 벽돌의 직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그 강한 생의 의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히, 포기하지 않고 여럿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하고 넘어가는 담쟁이의 강한 생명력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라도 길은 있는 법이다. 희망은 필연코 있는 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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