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철학의 원리`는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가 데카르트(1596~1650)의 `철학의 원리`를 해설한 책이다.

데카르트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고유의 사상을 형성해가던 스피노자 철학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스피노자가 생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유일한 작품으로 국내 초역본이다. 스피노자 사상의 발아 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데카르트 형이상학에 대한 비평적 해설서로 데카르트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고유의 사상을 형성해가던 스피노자 철학의 출발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인식의 확실성, 신 존재 증명, 자유와 필연 등 두 철학자의 공통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상이한 해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에서 발생하는 신의 실존 문제를 관념의 문제로 전환해 `우리 안에서` 신의 관념을 `형성해낸다`고 주장함으로써 초월적 타자가 아니라 지성이 형성하는 가장 완전한 관념으로서의 신을 제시한다. 또한 함께 수록된 부록`형이상학 반성`은 스콜라 철학은 물론 당시 네덜란드의 데카르트주의를 주도하던 제도권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는 글로, 초기 스피노자의 형이상학 연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과 순환 논증의 문제를 자기 고유의 철학적 방법론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데카르트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했지만 외부의 신, 즉 자신에서 연역할 수 없는 신의 관념과 만남으로써 오히려 나 자신의 실존에 대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된다. 나의 모든 원인이 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피노자는 신의 `실존`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관념`의 문제로 전환해, 우리 자신이 신에 대한 확실한 관념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 인식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스피노자 `데카르트`

책세상 刊, 양진호 옮김, 5천900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