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납품 물량 10%도 못채워

“올해는 모든 작물이 다 그렇다고 봐야죠. 주워 내고 내다가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열리는 것만은 따내야 하는데 무농약 상품 인증을 위해 일반약도 치지 못해 더 어렵습니다”.

20일 고령군 덕곡면에서 만난 시설토마토 재배농민 이모(50)씨는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겪고 있는 농사 피해에 대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순박한 농민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다.

잦은 눈·비로 일조량 부족 생산 차질

유류비·전기료 등 영농비 못 건질판

2천640여㎡(800평)의 연동하우스를 재배 중인 이씨는 장기 시설투자비를 제외하고 매년 투입되는 비용이 열풍기 유류비로 한해 2천만원, 비닐, 영양제, 전기요금 등 1천만원 등 3천여만원이 소요되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건지기 어렵게 됐다.

그는 “서울 인천 대구 등 백화점과 유통업체에 택배나 직거래로 납품하고 있는데 최근 요구물량 400상자 중 10%도 채우지 못했다”며 어깨가 쳐지며 한숨을 토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들어 내린 많은 비와 눈으로 생물에 필수조건인 일조량이 부족해 경북지역은 물론 전국의 농가가 처한 어려움이다. 게다가 지난 20일 북한지방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산발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엎친데 겹친 격이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근래 1월과 2월에 평균기온이 1.5℃보다 0.7℃ 낮았고, 강우량은 102mm보다 71mm 많은 연일된 강우 일수(1차 2. 8~13, 2차 2. 25~3. 2)가 12일 간 지속됐다. 또 최근 3월 들어 지금까지도 맑은 날이 6일에 그쳤다.

대구의 대형백화점에 납품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오늘 가져가야 할 물량이 200상자는 돼야 하는데 43상자만 확보했다”며 “최소한 이틀에 100개~150개는 확보해야 한다”며 심각한 현실을 대변했다.

고령군과 경북도,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기관도 시설 재배 농민돕기에 바싹 긴장하고 있다.

고령군 농정과는 지난 8일 예비비 등 병충해방제비로 1차 3천240만원, 2차 2천490여만원을 추가 투입했다. 또 미생물 배양시설을 이용해 광합성균을 대량생산해 무상 공급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민연태과장과 송인달재해담당사무관도 최근 고령의 성산메론과 쌍림딸기하우스를 돌아보면서 민감해진 농민들을 의식해 극도로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정밀 조사한 뒤 농어촌진흥기금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농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쌍림면의 딸기 재배농민 김모(51)씨는 “폐교 속출, 인구 유출 등으로 희망을 잃어가는 농촌을 살려야 한다”며 “농업재해 인정과 농작물재해보험을 확대해 줄 것을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고령/김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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