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트선재미술관 `꿈과 기억사이` 展
8월29일까지 12점 전시… “국내 드문 기회”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이 오는 8월29일까지 마련하는 특별전 `꿈과 기억 사이`전은 국내외 유명 설치작가들의 대형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여행이다.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국내 유명 설치작가들의 대형 설치작품을 위주로 모두 12점이 나왔는데 국내에서 만나기는 극히 드문 기회다.

작가들은 설치미술가 서도호, 이불을 비롯해 실비 플러리, 파브리스 이베르, 프랑소와즈 까르동, 엘리자베트 발레, 조덕현, 이기봉, 정서영 등 모두 9명.

전시장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꿈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서로 어울려 작품 공간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환상적인 공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일상적인 행위로 자리 잡힌 쇼핑을 미술로 전환해 `패션`, `뷰티`와 연결된 작업들을 선보이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실비 플러리의 네온작업은 랑콤의 향수 이름이자 세계 공용의 감탄사인 `?`라는 글자를 모티브로 화장품 광고카피인 7가지의 동사를 네온그래픽으로 설치go 소비 자체가 중심 가치로 떠오른 오늘날 우리 문화의 단면을 이야기 한다. 이어진 두 전시공간을 가로지르는 11m에 이르는 거대한 다리는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서도호의 작품이다. 너와 나를 연결시켜주고, 안과 밖을 이어주는 구조물인 `다리`는 서로간의 경계를 관통하며 공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파브리스 이베르, 프랑소와즈 까르동, 그리고 엘리자베스 발레는 모두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이다.

파브리스 이베르는 거짓말, 사색, 픽션 등이 불합리하면 이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만든 U.R.이라는 회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 나가고 있는데 옷가지들을 천장에 건 작품을 통해 무중력과 존재의 부재가 교차하는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으며, 프랑소와즈 까르동은 상반되는 감정의 상태, 현실세계와 이상 세계를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를 이용해 설치 형태로 표현한다. 반면에 엘리자베스 발레는 추상적, 수학적 구성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어떻게 기하학적 공간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를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최근 활발한 해외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이기봉의 설치작품은 현실이 아닌 몽환의 세계 속으로 한 발 들어선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강렬함을 보여주는 형광색의 책상 설치 작업은 마치 책상이 녹아 주변에 흘러내린 듯한 인상을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오브제가 전혀 다른 속성으로 변한 화려한 시각 체험을 하게 된다. 이불의 사이보그 연작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의 낯익은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이불의 사이보그는 완전한 모습이 아닌,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거나 팔다리가 없는 비정상적인 형상을 하고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에 조차 남성에 의해 불완전한 존재로 비칠 여성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도 뽑혔던 작가 정서영은 주로 일상에서 익숙한 사물들이 빚어낸 낯선 상황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의 조건을 만드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스티로폼, 나무, 유리등의 생활 재료들을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은 채 조금 이상하고 애매한 사이즈의 미니어처로 만들어냄으로써, 익숙한 것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 치환시켜버린다.

이두희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꿈과 기억 사이`는 현실에서 만나는 사건과 사물들이 작가들의 몽환적인 상상과 만나 작품이라는 구체적 기억으로 치환된 후 현실을 조작한 설치작품들의 파노라마”라고 소개했다.

문의 745-707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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