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화마 입은 산등성이 4㏊에 식재
포항지역 기관·시민단체 등 1천500여명 참가

17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산 18번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두 등산이라도 하듯 단출한 옷차림이다.

꽃샘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산을 오르는 행렬은 도무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1천명을 훌쩍 지나, 황량한 산이 인파로 가득 덮일 정도가 되자 각자의 손에 삽 한자루씩이 나눠졌다.

다시 삼삼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은 이 삽을 들고, 벌거숭이 산에 초록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날 대보리에서는 제65회 식목일을 앞두고 시민참여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과거 울창한 숲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4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로 4㏊가량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이후 불에 탄 나무를 솎아내는 작업과 미생물이 모두 죽은 흙을 살리는 데만 반년 가까이 소요됐다고 한다. 하지만, 화마가 삼킨 자국은 까만 상처로 남아 흉물스럽게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1천500명.

포스코, 대구은행, 해병대, 해군6전단 등 기관단체부터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새마을지도자 포항시협의회 등 시민단체까지 30여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3천그루의 산벚나무와 편백나무를 각자 나눠 들고 봄의 희망을 심어 나갔다. 편백나무는 `치유의 나무`라 불릴 정도로 피톤치드(식물이 병원균·해충 등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뤄진다)가 풍부하다. 또 공해에 강하고 봄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벚나무를 가득 심어, 관광지인 대보면 일대를 활성화 시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계획이다.

강기석 포항시 도시녹지과장은 “산불피해지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나무를 심어가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시민들의 손으로 피해지를 복구시킨다는 자긍심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 심은 나무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쯤 울창한 숲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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