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향토청년회, 제주도서 1천포 판매나서

“쏠 삽소. 쏠이 쌉수다. 이리와 봅소게.(쌀 사세요. 쌀이 쌉니다. 이리와 보세요.)”

지난 13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 중앙동 우체국 앞.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들 앞에 쌓인 것은 20㎏ 쌀 100여포대.

겉면에는 포항시를 알리는 앙증맞은 스티커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라는 소인이 선명하다.

전날인 12일 부산항을 거쳐 제주항에 도착한 흥해 쌀 1천포대의 일부분이었다.

포항향토청년회(회장 최경환)는 이날 북구 흥해읍에서 생산한 쌀을 들고 제주도 서귀포시를 찾았다. 최근 판로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고, 포항의 각종 특산물을 서귀포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이 준비한 쌀은 20㎏ 1천포대. 총 무게 20t에 가격은 3천500만원에 이른다.

관공단체가 아닌, 민간단체의 행사로서는 이례적 규모다. 포항향청과 제주도 서귀포시연합청년회의 오랜 우정이 있기에 가능한 규모였다.

지난 1999년 자매결연을 한 양 단체는 매년 교류를 이어오며 상호 지역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해왔다. 4~5년 전부터는 서귀포지역에서 생산된 한라봉 2천상자를 시중가보다 30%나 싼 가격에 포항지역에서 판매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한라봉 팔기에 나서준 포항향청을 위해 서귀포연합청년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준비된 쌀 1천포대 중 700여 포대는 제주항에 도착하기 전, 이미 판매가 끝났을 정도다.

화산 층으로 이뤄진 제주도에는 사실 논이 없다.

대부분 경기도 이천·철원이나 전라도 나주에서 쌀이 들어온다.

인구 50만명의 넓은 시장을 갖고 있기에 쌀 생산 지역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 시장인 셈이다.

이러한 특성을 노려 나주농협은 3년 전 제주 현지에 도정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 쌀은 제주도에게 전혀 낯선 것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한 서귀포 시민은 기자에게 “포항에서 쌀이 나는 줄 몰랐다. 아마 포스코에서 쌀 생산에도 나서는 모양”이라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도 `대통령 쌀`이란 말에 솔깃한 표정으로, 갓 지은 밥을 시식하고는 금세 휘둥그레졌다. 행사가 끝난 14일 오후까지도 쌀을 미리 사간 사람들의 추가 주문이 밀려들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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