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문체에 녹아든
`우리시대의 지성` 이어령 前 장관의 신앙 고백

“사랑했던 내 딸아,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과 어둠이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70평생 살아온 내 삶이 잿불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76) 전 문화부장관이 개신교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열림원)를 펴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어령이 전하는 `영성`에 대한 참회론적 메시지다. 영성의 단계로 들어가기 직전 교토에서부터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하와이 그리고 한국에서의 이야기 등 크리스천 이어령이 영성의 길로 나아가고 들어오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성경을 분석하며 비판을 해온 이어령이 어떻게 하나님을 알게 되고 간구하게 되었는지 낮은 어조로 들려준다. 더불어 이어령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한 딸 이민아의 간증내용과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글도 함께 실었다.

책은 2007년 7월 온누리교회(담임목사 하용조) 등이 일본에서 개최한 문화선교집회 `러브소나타` 행사 때 하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은 지 약 3년 만에 펴낸 신앙고백서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민아(50)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손자의 질병 등을 겪으면서 세례를 받았다고 전해진 바 있다.

책은 세례를 받은 지 1년 만인 2008년 7월 냈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구상한 2004년부터 세례를 받기까지의 내면을 담았다. 개신교 신앙 이야기지만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지식이 담담한 문체 속에 녹아들어 가 비신앙인이나 이웃 종교인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이어령은 교토의 연구소에서 일 년가량 지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집으로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때로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사람소리가 그리워서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켜놓고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외로움의 시간동안 이어령은 몇 편의 시를 썼고, 하나님과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갈급`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생각했다.

그리고 교토에서의 외로웠던 시간들이 지나고, 필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쿄에서의 간절함이 사라진 이어령을 다시 하나님 앞으로 세워놓은 것은 딸의 병이었다. 아름다운 섬, 하와이에서 필자는 딸을 따라서 허름한 교회에 갔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과,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는 기적처럼 이뤄졌다.

“이해가 가지 않고, 저의 길과 하나님의 길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런데 저의 길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길을 택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생각을 믿겠습니다. 저는 주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저의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가장 좋은 것을 주셨음을 믿습니다. 지금 이 아이가 천국에 가는 것은 죽은 것이 아니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겠고, 죽어도 살겠다`하는 그 부활의 생명을 우리 아들에게 주셔서 요한계시록 21장 말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 예수님이 있는 보좌에 우리 아들이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그곳에는 눈물도 없고, 죽음도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도 없고(중략)…. 25년 동안 미워하는 사람, 상처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들 그리워하는 아이로 저에게 주셨던 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 아이대신 어머니 아버지 사랑 못 받고 하나님 모르는 아이들에게 저를 보내주시면, 제가 그 아이들 위해서 열심히 사역하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청소년사역비전, 중보사역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 열림원 刊, 304페이지,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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