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각 가정에 수돗물이 공급되기 전에는 동네 어귀나 가정집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를 사용하기도 했다. 물을 얻기 위해 펌프질을 하려면 먼저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 안에 부은 다음 힘껏 펌프질을 해야 한다. 펌프 속에 물이 없는 상태에서 펌프질을 하면 공기만 새고 물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펌프질을 할 때 깊은 곳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물, 즉 마중물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게 올해의 업무보고를 한 자료를 보면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교육`을 하겠다는 부분이 있다.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펌프질해서 끄집어내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줄까?`에 초점을 맞추어 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생각을 끄집어낼까?`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식인 보다는 지혜인을 기르겠다는 것으로 양적인 교육에서 질적인 교육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끄집어내는 교육을 하면 교육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educo`이다. `educo`는 `e`와 `duco`의 합성어인데 `e`는 `밖으로`라는 뜻을, `duco`는 `끄집어내다`라는 의미를 가졌다. 따라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잠재능력을 잘 계발시켜 준다는 의미가 된다. 무한한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인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의 교육은 대학 입시라는 눈앞의 목적에만 매달려서 `끄집어내는 교육`이 아니라 `집어넣는 교육`을 해 왔다. 무한한 크기의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집어넣기`를 통하여 그 그릇을 채우려 했으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는가?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채우는 것으로 부족하여 학원에까지 찾아가서 채우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만약 교육과학기술부가 계획한 대로 `끄집어내기 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면 마중물에 해당되는 것만 넣어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물을 끌어올리도록 하면 되므로 가르치는 사람이 덜 힘들고, 배우는 학생들도 덜 지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마중물이다. 어떻게 하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잘 공급할 수 있을까? 창의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마중물을 생각한다면 `성향을 자극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창의성의 영역 중 성향에 해당되는 것으로는 호기심, 탐구심, 자신감 등이 있다. 따라서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이러한 성향을 자극해주면 된다. 푸름이 독서법으로 유명한 푸름이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원한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책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면 부모가 귀찮더라도 그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마중물을 붓는 역할이다. 푸름이 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 준 후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수준에 맞는 책을 놓아 두어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였다. 그 결과 푸름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2,000여권의 책을 읽게 되었고, 그러한 독서습관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푸름이는 독서를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동기부여로 스스로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자녀를 공부시킨 한 한국인 부모가 쓴 글을 읽었다. 중학생인 자녀가 밤 1시까지 소설책을 읽느라고 잠을 적게 자서 학교 공부시간에 잠깐 졸았더니 이런 가정통신문이 왔다고 한다.

“늦어도 밤 12시엔 자녀가 잠들도록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하루 8시간의 수면은 자녀의 건강을 위해서도, 수업을 잘 받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4당 5락`이라 하여 잠을 적게 자고 공부를 많이 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제 공부를 위해서 잠을 덜 자는 것을 당연시하는 생각과 머릿속에 지식을 많이 집어넣으려는 방법은 사라져야 한다. 창의시대에 필요한 것은 양적인 교육이 아니라 `끄집어내기`의 질적인 교육이기 때문이다.

질적인 것을 지향하는 창의성 교육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다. 창의성 교육은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맞춤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방법도 선다형이 아닌 서술형과 과정평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대통령이 직접 교육을 챙기겠다고 했으니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끄집어내는 교육이 이루어져서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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