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공천이 다음 달로 임박해오면서 후보자들이 자신을 간택해달라며 국회의원을 찾는 상경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정당들이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강조하는 원칙론에도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현직 국회의원을 찾는다. 모두다 국회의원의 입김 때문이다. 공천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현역의원의 입장이 사실상 공천의 잣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면 사실상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결국 한나라당 공천이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출마자들은 한나라당 공천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경북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의원들로부터 내정을 받았다는 뜻을 유권자들에게 알린다. 너도나도 의원들로부터 내락을 받았다고 한다. 후보들은 국회의원과의 친밀감도 자랑한다. 서로 국회의원과 긴밀한 관계임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길 서슴지 않는다. 충성도 맹세한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은 이들로부터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사실상 말을 아낀다. 후보들이 내락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략적 공천이라는 특별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예비후보들에게 내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가진 입장이기는 하지만 향후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출마예정자들의 국회의원 찾아 알현하는 모습이 흡사 조선시대에 왕비를 간택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비교한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공천권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감안하면 이해된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안타깝다. 당원들의 힘으로 공천을 주는 것은 불가능한가. 지금도 공천은 당원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고는 있다. 문제는 진짜 당원의 뜻이었느냐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대부분 유권자는 고개를 젓는다.

지방선거에 공천권이 존재하는 한 국회의원의 입김은 여전할 수 밖에 없다. 공천권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하면 괜찮지만 반대라면 자신이 다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공천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